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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반올림'의 농성장 풍경이 가관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판을 벌이는가 하면 담배꽁초를 마구잡이로 버리는 등 기초적인 공공질서조차 무시하면서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2일 본지 취재 결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강남역 8번 출구 코 앞에서 120여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농성장 한켠에서 빈 술병과 음식물, 담배꽁초, 과자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매일 3~4명의 활동가들이 이곳에서 번갈아가며 노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내다 버린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도 청소가 되지 않아 상황은 비슷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는 경범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지하철 외부 출입구로부터 반경 10m 이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반올림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오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더욱 공고히 갖추는 모양새다.
먼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농성장 바닥에 10cm가 넘는 두께의 플라스틱 블럭을 깔았다. 그 위에 같은 형태의 스티로폼을 올린 뒤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단열제를 덧씌웠다. 박스를 이용해 둘레를 감싼 다음 두 겹의 비닐로 농성장 전체를 꽁꽁 묶기도 했다.
잠은 침낭 속에 들어가 청한다. 식사는 주로 배달업체를 이용해 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은 정작 며칠 건너 한 번씩 농성장을 찾고 있다. 다른 단체의 활동가들이 대신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농성장 인근에서 만난 한 청소부는 "시위 전에는 안 그랬는데 농성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하루가 멀다하고 쓰레기가 어질러져 있다"면서 "쓰레기 더미가 있다 보니 이제는 일반시민들도 거리낌 없이 이곳에 담배꽁초를 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농성장 바로 옆 건물에서 일한다는 한 남성은 "(반올림이)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데 미관상 안 좋고 하루 1~2시간씩은 왁자지껄 하게 떠드는 등 유원지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역도 이들이 밤새 먹다 버린 술병과 비닐봉지, 안주 탓에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매일 아침 강남역을 오간다는 한 시민은 "하루 100만명이 지나다기도 하는 서울의 얼굴 강남역에서 술판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반올림의 이 같은 시위는 명분을 잃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발단이 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등 이해당사자 간 합의로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올림은 여전히 삼성에 묻지마식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강행할 방침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직업병 논란이 최근 일단락되면서 반올림 시위는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면서 "더욱이 약자를 위해 시위를 한다면서 술판을 벌이는 행위는 약자를 앞세운 또 다른 갑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