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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벼슬인 마냥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억지 주장을 일삼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의 민낯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도체 공장이 백혈병의 원흉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반올림의 주장과 반대되는 조사 결과가 최근 몇 년 동안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직업병 사이 인과관계를 찾기 위해 조직된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하루 전날인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작업환경 실태와 직업병 의심사례를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이날 '과학의 한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암 발생률이 극히 낮아 연관성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여성환경연대 소속 두 사람을 포함해 보건분야 교수와 변호사 등 7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SK하이닉스 노조와 경영자 측 관계자도 각각 2명씩 모두 4명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검증 작업을 옆에서 돕는 수준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인과관계가 없다'는 식의 결론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수차례 이뤄졌던 비슷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발표 내용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됐었기 때문이다.
먼저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12년 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극미량의 발암물질을 발견했지만 직업적 노출허용 기준치를 넘진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연환경 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당시 결론이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 인바이론(Environ)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5개 반도체회사를 대상으로 2008년에 이뤄진 안전보건공단의 조사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도출됐었다. 이듬해인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도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반도체 공장과 직업병 사이 두르러진 접점을 찾은 곳은 없다.
특히 검증위의 이번 조사 결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과 과거보다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증위가 문제점을 찾기 위해 작심하고 조사를 벌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검증위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청주공장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영업비밀로 분류된 화학물질까지 상당 부분 조사 대상에 넣었다.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근로자에 대한 전수 조사도 벌였다. 한마디로 문제점이 나올 만한 곳은 빼놓지 않고 샅샅이 뒤진 것이다.
반도체 공장이 현미경 검증을 통과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삼성과 SK가 나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의 대부분 내용을 수용했다. 오히려 피해 보상 금액과 범위는 권고안보다 크게 넓히기까지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그럼에도 반올림은 '가해자 삼성 상대로 싸운다'는 낯뜨거운 프레임을 세워놓고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지난달 7일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투쟁에 동참할 이들은 많지 않다. 반도체 공장에서 병을 얻은 당사자나 가족들조차 대부분이 반올림에 등을 돌렸다. 반올림의 존재 이유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 실장은 "반올림이 만약 삼성이 아닌 중소기업을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면 벌써 고소나 고발 등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을 것"이라며 "아무 논리 없이 갈등만 양산하는 무의미한 투쟁을 하루 빨리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