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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이 8년 만에 풀렸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가대위, 반올림 등 3개 교섭주체는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제시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지난 8년간 끌어온 직업병 논란이 사실상 매듭지어졌다.
조정위 소속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하루 전날인 1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3자간 합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으로 꼽혔던 사고 예방책을 세우는 과제가 해결됐다"면서 삼성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조정위원 가운데 친 반올림 성향으로 꼽히는 대표적 인물이다. 당초 조정위 회의 참석을 꺼리던 반올림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까닭도 백 교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백 교수는 그동안 조정 과정에서 반올림 측의 주장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직업병 문제의 3가지 조정 의제는 보상과 사과, 재해예방 대책이다. 이 가운데 보상의 경우 지난해 말 이미 1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보상을 받으면서 매듭지어졌다.
사과 부문 역시 삼성전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신청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되면서 해결됐다.
송창호 가대위 대표는 "보상과 사과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열린 것"이라면서 "모든 문제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추가 조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 예방책을 세우는 일은 간단치가 않았다. 삼성과 가대위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이 줄곧 반대 목소리만 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예방 문제가 풀렸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발표된 사고 예방책은 크게 2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는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에는 독립기구로서 옴부즈만위원회를 설립, 3년간 운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이해당사자 간 양보에 힘입어 이렇게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졌다"면서 "계속 조정 절차를 밟을지 여부는 추후 조정 주체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