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방문자 수 G마켓>11번가>옥션>티몬>위메프> 쿠팡
로켓배송 가격 인상과 네이버 쇼핑 제휴 원인으로 지목
"적자 줄이기 위한 방법" vs "변화한 소비자 트렌드 맞추기 위한 전략일 뿐"
  •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사진 ⓒ쿠팡
    ▲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사진 ⓒ쿠팡


    로켓배송 가격 인상과 네이버 쇼핑 노출 중단 등 자체 플랫폼 강화를 내세운 쿠팡의 방문자 수가 4개월 연속 추락하면서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12일 닐슨코리아 클릭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방문자 수(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는 지난해 8월 1489만2982명을 기록한 이후 9월 1312만5496명, 10월 1262만5241명, 11월 1158만6613명, 12월 1097만9760명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8월과 비교하면 12월 방문자 수는 26% 가량 급감했다.

    12월 방문자 수는 지난해 연중 최저치다. 이는 G마켓, 11번가, 옥션, 티몬, 위메프 등 경쟁사에 뒤처진 수치로 쿠팡이 가장 낮은 방문자를 기록한 것은 12월이 처음이다.

    모바일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8월 991만8987명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방문자 수는 9월 898만9218명, 10월 877만9768명, 11월 835만9401명으로 감소하다 12월에는 연중 최저치인 779만1090명으로 고꾸라졌다.


  • 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 ⓒ닐슨코리아 클릭
    ▲ 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 ⓒ닐슨코리아 클릭


    직전년도인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쿠팡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2015년 쿠팡의 방문자 수는(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 8월 1491만8592명, 9월 1437만8608명, 10월 1541만711명, 11월 1412만7251명, 12월 1362만810명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소셜커머스 티몬과 위메프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티몬은 8월 1141만7547명, 9월 986만498명, 10월 1111만5222명, 11월 1153만4819명, 12월 1212만5412명을 기록했다. 위메프는 이 기간 8월 1266만4330명, 9월 1264만3501명, 10월 1291만4482명, 11월 1292만6992명, 12월 1336만6126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쿠팡 설립 이후 방문자 수가 최하위로 뒤처진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라는 반응이다.

    e커머스의 특성상 사업을 빨리 시작한 사업자가 회원 수가 많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2015년 소셜커머스 3사의 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 ⓒ닐슨코리아 클릭
    ▲ 2015년 소셜커머스 3사의 PC·모바일 통합 순방문자수 ⓒ닐슨코리아 클릭


    업계는 쿠팡이 지난해 로켓배송 가격을 인상하고 네이버 쇼핑과 결별한 것이 방문자 수가 감소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쿠팡은 고객 만족도 향상 등을 위해 로켓배송 기본요금을 기존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했다.

    로켓배송이란 쿠팡이 시행 중인 배송 시스템으로, 자체적인 배송 인력을 통해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24시간 안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기존에는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한 최저금액이 9800원으로 웬만한 생필품 하나만 구매해도 무료로 이용 가능했지만 가격 인상 이후에는 2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11월에는 네이버 쇼핑과 계약을 끝내고 상품 데이터베이스(DB) 제공도 중단했다. 네이버 쇼핑과 제휴를 맺은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쿠팡은 네이버 쇼핑과 결별하면서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수가 기대치를 밑돌고 자체 앱을 통한 접속을 고객들이 더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네이버 쇼핑은 대형마트부터 온라인 쇼핑몰 등 검색 한 번에 상품을 총망라해 볼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의 매출 중 통상적으로 30~40%가 네이버 쇼핑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쿠팡의 이같은 전략은 악수(惡手)를 둔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 네이버 쇼핑과 제휴를 중단해 보이지 않는 쿠팡 딜 ⓒ네이버 쇼핑
    ▲ 네이버 쇼핑과 제휴를 중단해 보이지 않는 쿠팡 딜 ⓒ네이버 쇼핑


    일각에서는 로켓배송 가격 인상과 네이버 쇼핑 결별 모두 늘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지 못해 쿠팡이 급하게 고안한 방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쿠팡의 2015년 영업손실액은 5470억원으로 티몬 1419억원, 위메프 1424억원 보다 3배 이상 많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장사가 아닌 쿠팡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도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에게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받은 이후 현재까지 투자를 받지 못했다.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영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로켓배송 가격을 인상하고 네이버 제휴를 종료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 판매된 상품은 1~2%가량의 제휴 수수료를 업체측에 부과한다. 

    통상적으로 상품 판매 이후 오픈마켓 7~8%, 소셜커머스 15~20% 수준의 수수료율을 챙겨 이윤을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 제휴 수수료가 부담스럽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쿠팡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전략일 뿐 적자와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쿠팡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과 제휴를 중단한 것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네이버 쇼핑을 이용하는 빈도 보다 앱을 이용하는 빈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네이버에서 여전히 키워드 광고나 플랫폼 광고는 진행하고 있다. 적자 때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방법을 변화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방문자 수 감소 현상에 대해서도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자 수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방문한 고객이 구매고객으로 전화되는 전환율"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방문자 수에 크게 중점을 두고 있지 않다. 아직 투자받은 금액이 남아 있고 2015년 매출 1조1300억원, 지난해에는 더 높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계획대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를 위해 로켓배송 가격을 인상했다거나 네이버 쇼핑 제휴 중단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방문자 수 지표는 e커머스업계에서 매출 상승 추이를 미리 가늠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방문자가 한 달 길어도 두 달까지 근소하게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것은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지만, 4개월 연속 하락했다면 이는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크다"며 "방문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매출에 타격이 가고 있다는 가장 빠른 신호다. 쿠팡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