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총서 HBM4 경쟁력 장기 공급계약 전략 관심파운드리 테슬라 수주 효과 등 2나노 경쟁력 묻기도
  • ▲ 삼성전자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등 주요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등 주요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는 겉으로 보면 주주환원 잔치에 가까웠다. 18일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5년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과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앞서 공개된 16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겹치며 올해 주총을 역대급 환원책의 무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주총장 안의 공기는 환호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5만전자’ 시절과 달리 주가가 반등한 것은 분명했지만, 주주들이 진짜 확인하려 한 것은 “회복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였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초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AI(인공지능) 거품론이 현실화해도 버틸 수 있는 공급 구조를 갖췄는지,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언제 숫자로 반전시킬 수 있는지가 훨씬 날카로운 질문으로 쏟아졌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은 출발점일 뿐 시장은 이미 그 다음 분기와 그 다음 사이클을 묻고 있었다.

    질의응답의 중심은 결국 반도체였다. 주주들은 반도체 초호황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회사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보고 있는지 물었고, 경영진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삼성은 주요 고객사들과 기존의 연 단위·분기 단위 거래를 넘어 3~5년짜리 다년 공급계약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사업 가시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수요 변동을 고객사와 조기에 공유해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인공지능) 사이클이 생각보다 길어질 경우 공급 부족을 막고, 반대로 거품이 꺼질 경우 과잉투자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어선으로 읽힌다.

    AI 거품론에 대한 대비책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됐다. 삼성은 수요 급변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장기 계약과 수요 조기 공유 구조를 통해 공급과잉과 공급부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회사가 주총장에서 던진 메시지는 “AI가 꺾이지 않는다”는 낙관보다 “변동성이 커져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반도체 초호황을 확정된 미래로 보기보다 수요 가시성을 높여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 ▲ HBM4, HBM4E 확대 모델ⓒ뉴데일리
    ▲ HBM4, HBM4E 확대 모델ⓒ뉴데일리
    파운드리는 더 무거운 질문을 받았다. 삼성은 메모리 강자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여전히 TSMC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주들의 관심은 “테슬라 수주가 실제 사업 반전 카드가 되느냐”에 모였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테슬라와의 계약이 지난해 7월 말 완료됐고,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아우르는 피지컬 AI 영역에서 의미 있는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나노 공정을 끌어올리고 대형 고객사 수주를 통해 가동률을 높여야 하며, 파운드리 사업은 3년 이상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날 주총에서 테슬라용 차세대 칩을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파운드리 반등의 실마리이지만, 수주 자체보다 수율과 가동률, 그리고 고객 다변화로 연결되느냐가 진짜 관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 경영진이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간 시너지였다. 메모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로직과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결합해야 반도체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영현 부회장이 공식 메시지에서 DS부문을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구조”로 강조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GT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의 신규 AI 추론칩 생산 역할을 직접 언급한 것도, 주주들에게는 메모리 회복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보상 경쟁력 문제도 피해가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노조 리스크, 인재 유출 문제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 경쟁력에 대해 “다시는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고, 핵심 인재 유치와 보상 체계 보강에도 힘을 싣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