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고 100일치 절반 수출용 … 50일치 불과호르무즈 봉쇄 20여일 경과 … 납사 빼면 더 줄어북미·남미산 원유 적용 어려워 … 車 5부제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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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비싸지자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를 찾고 있다. 사진은 12일 한 주유소를 찾은 이용자가 주유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재고 탱크가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 원유 수급 차질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통한 수급은 추진 중이고, 중동 외 지역에서의 대체 원유 조달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발표한 비축유 방출 물량도 약 11일치에 불과하다.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주유소에서 휘발유, 경유 등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18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는 약 4주를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된다.국내 석유 비축 물량은 정부 1억 배럴(100일치)와 민간 1억 배럴 (100일치)을 합쳐 약 2억 배럴, 7개월치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간 정유사 재고에는 수출 물량이 포함돼 실제 내수 공급분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약 20일이 경과하면서 민간 재고는 이미 한 달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정유업계 관계자는 “민간 비축량은 원유와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항공유 등 7종을 포함해 100일치지만, 수출을 제외하면 내수 공급 재고는 50일 수준”이라며 “수출 물량은 고객사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수 전환이 힘들다”고 말했다.여기에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나프타) 비중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해 실제 활용 가능한 물량은 더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비축 재고에 나프타는 포함돼 있지 않아, 재고 원유에서 25% 가량 나프타로 소진하면 현재 체감 재고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정부가 방출을 예고한 비축유 2246만 배럴 역시 국내 소비 기준 약 10일분에 그친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200만 배럴 수준으로 추산한다.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간신히 빠져나온 한국행 일부 유조선들이 이달 첫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입항하고 있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 척당 약 200만 배럴을 실어 하루치 소비량을 연장하는 수준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어떻게 공급받을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우회 항로 확보와 대체 공급선 발굴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한국은 중동산 원유 가운데 95% 이상이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정유 설비 역시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 북미, 남미산 등 원유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성분 차이에 따른 탈황 공정 최적화와 설비 조정, 테스트 기간이 필요해 단기간 내 대체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원유 혼합·수율 검증을 통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없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제재가 완화된 이란산이나 러시아산 원유 도입도 거론되지만, 계약 체결부터 실제 물량 도입까지 최소 2~3개월이 소요돼 당장 수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음 달부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경유 등 공급이 사실상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가 방출 계획한 2000만 배럴을 제외한 비축유 8000만 배럴이 남아 있지만, 이를 정유사의 수출과 내수 공급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건이다.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에너지 위기가 우려되자 정부는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운행 제한 방안을 검토하며 에너지 절약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시행 범위와 시기, 적용 대상 등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이는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5부제는 닷새에 한 번, 10부제는 열흘에 한 번 운행이 제한된다. 민간 차량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 부제가 시행될 경우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의 조치가 된다.국내뿐 아니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도 대응에 나섰다. 방글라데시는 일일 판매를 제한하는 연료 배급제를 시행 중이며, 파키스탄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내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