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킴이 영웅이 되는 간단한 방법

[크리에이티브 산책] 슈퍼볼 강타한 기아자동차 '영웅의 여정'

뉴데일리경제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2.10 12: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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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by David & Goliath 


지난 2월 5일 미국 슈퍼볼이 최다득점역전 등 각종 진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올해엔 평년보다 살짝 줄었다지만, 해마다 1억1천1백만 명 이상이 시청하는 슈퍼볼은 매 쿼터가 끝날 때마다 대형브랜드들이 회심의 역작을 내놓는 광고의 전장이기도 하다. 이 치열한 광고전쟁 속에서 올해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세단 니로(Niro)의 광고가 미국의 USA 투데이가 집계하는 애드미터(Ad Meter)에서 단연 최고의 점수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광고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멜리사 맥카시(Melissa McCarthy)가 에코전사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멜리사는 고래를 구하려 포경선과 맞서 싸우고, 벌목을 막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오르는가 하면 빙하를 지키고 코뿔소를 구하러 나서지만 번번히 엄청난 고난과 마주친다. 사실 멜리사의 이런 좌충우돌은 그린피스 대원들의 활약을 그대로 모방했을 뿐,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뜻하지 않게 고래 꼬리에 치어 모터보트에서 튕겨나가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빙하 틈에 빠지고, 코뿔소 뿔에 받힐 뿐이다. 

기아는 일찍이 1999년부터 미국 LA의 필름광고로 유명한 다윗&골리앗(David & Goliath)과 함께 일해왔다. 지난 해 슈퍼볼 때도 영화 디어헌터의 러시안 룰렛 장면으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월켄(Christopher Walken)을 등장시킨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지만, 그 외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광고주와 미국 오디언스의 마음에 동시에 드는 평범한 세단 자동차 광고를 만들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스포츠카나 럭셔리 세단 광고를 신물 나게 봐온 오디언스에게 평범한 중소형 세단이나 SUV로 어필해야 하니 말이다. 아무리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하더라도 중소형 세단이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와 “외모로” 대적할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기아는 평범한 하이브리드 세단 광고로 미국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마침 멜리사 맥카시는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Sean Spicer)를 흉내내면서 인기의 절정을 찍고 있다. 스파이서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적대적이며 융통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을 풍자한 덕분이다. 처음엔 ‘감히 내 사람을 조롱하다니’하고 노했던 트럼프조차 이젠 스파이서 임명을 후회한다고 2월 8일 CNN이 보도했다. 

사실 원칙적으론 그린피스 역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린피스와 같은 단체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환경이나 인권, 다양성과 같은 가치들이 현대세계에 이르러 성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안 없는 개발반대로 인한 경제적 피해, 범죄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더 중시되는 부조리, 혹은 소수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다수계층의 권리가 손상되는 경우는 분명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이미 성역 안으로 들어온 가치에 대해 비판하려면 상당한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 

이 광고에서는 이미 오래 전 성역이 되어버린 환경문제가 언급된다. ‘환경운동보단 하이브리드 차를 타라’는 메시지는 사실 위험할 수도 있다. 자칫 ‘에코전사들의 활동을 폄하하는 것이냐’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전사’로는 보이지 않는 통통하고 귀여운 40대 아줌마가 온 몸을 던져 ‘자기 자신’을 희화한 덕분에, 대다수 오디언스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박장대소 하면서 ‘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 세단 니로’ 타는 게 에코전사 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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