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사 중 결함 인정, 늑장리콜 증거 불충분현대차 "공정상 청정도 문제, 2013년 8월 이후 해결"
  • ▲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현대·기아차가 드디어 국내에서 '세타Ⅱ 엔진(GDi)' 장착 차량에 대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다. 청정도 문제로 공정 상 발생한 이물질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고, 시동꺼짐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개선된 사항이지만,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적극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을 두고 '늑장 리콜'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향후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그랜저·쏘나타·K7·K5·스포티지 차량 총 17만1348대다.


    대상 차량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그랜저(HG) 2.4GDi 11만2670대 △2009년 7월부터 2013년 8월 생산된 소나타(YF) 2.4GDi/2.0터보GDi 6092대 △2011년 2월부터 2013년 8월 생산된 K7(VG) 2.4GDi 3만4153대 △2010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K5(TF) 2.4GDi/2.0터보 GDi 1만3032대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스포티지(SL) 2.0터보 GDi 5401대다.


    이들 차량에 장착된 세타Ⅱ 엔진의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가공 과정에서 공정상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경우 베어링 소착으로 주행 중 소음이 발생하고 심해지면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소착현상은 마찰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접촉되는 면이 용접한 것처럼 되는 것을 말한다


    세타Ⅱ 엔진 결함은 2015년 미국에서 먼저 리콜이 진행됐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서 발생한 청정도 문제로 내수 판매 차량과 무관해 국내 리콜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쏘나타와 K7·K5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국토부가 조사에 들어가자 태도를 바꿨다. 실제로 국내에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K5와 K7 차량에서 화재 또는 갑작스러운 출력저하 등이 발생한 바 있다.

  • ▲ 현대·기아차 세타2 GDi 엔진.ⓒ국토교통부
    ▲ 현대·기아차 세타2 GDi 엔진.ⓒ국토교통부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언론 등의 문제 제기와 제작결함 신고센터에 접수된 동일 내용의 신고와 관련해 세타Ⅱ 엔진 제작결함 여부를 지난해 10월 조사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오는 4월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상장을 앞두고, 현대차가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계획을 제출해 조사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일 국토부에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결국 국토부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야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만큼 '늑장 리콜'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법적으로 이와 관련한 증거가 불충분해 국토부 고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결함 은폐·축소·거짓 공개·결합 인지 후 시정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 벌금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며 "즉 고발하려면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대차가 결함을 축소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 작년에 내부공개자료를 법원에선 현대차 최종 의사결정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대상인지는 확답할 수 없다"며 "추후 고발할 수도 있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 측은 "당초 미국 공장에서 발생한 사안이어서 국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고객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리콜 대신 엔진 보증 기간을 10년 19만㎞로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세타Ⅱ 엔진의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가공 공정상 불량으로 인한 청정도 문제가 확인돼 이번에 리콜을 하게 됐다"며 "그랜저의 경우 울산공장 엔진이 장착돼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고객 불안감 해소를 위해 리콜에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 ▲ 세타2 엔진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에 금속 이물질이 남아있다.ⓒ국토교통부
    ▲ 세타2 엔진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에 금속 이물질이 남아있다.ⓒ국토교통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미국 공장에서 발생한 세타2 엔진 결함은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세척 과정에서 외부 이물질이 남아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 화성 공장에서 발생한 결함은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가공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이 남아 문제가 됐다. 즉 같은 세타Ⅱ 엔진 결함이지만, 원인은 다르다.


    한편, 이번 리콜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진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콜 대상 차량이 서비스센터에 입고되면 결함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된 차량에 한해서만 새로운 엔진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량품 비율이 극히 낮아 리콜 대상인 17만대 전부에서 결함이 발견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콜은 오는 5월 22일부터 현대차 또는 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결함은 이용자 안전을 위해 조속한 시정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에서 제출한 리콜을 7일자로 우선 승인한 후, 관련 내용을 조속히 검증할 것"이라며 "리콜계획이 적절하지 않으면 보완을 명령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