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 등 편법 횡행국토부 모니터링도 구멍'법인명, 로고' 랩핑 의견까지 등장
  • ▲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꼼수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꼼수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차량가액 8000만원 기준이 발표됐을 때부터 이미 다운계약 형식의 ‘꼼수’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하는데 여지를 주니까 이런 편법이 발생하는거죠.”

    고가 법인차에 부착되는 ‘연두색 번호판’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다운계약 꼼수가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차랑가액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당선 후 국정 과제로 추진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등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을 법인 비용으로 뽑은 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행태에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법인차로 등록되면 유류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대신 운행일지 기록 등을 해야 해서, ‘아빠 찬스’, ‘오빠 찬스’로 대표되는 법인차 사적유용은 도의적 책임을 넘어 탈세에 해당될 수 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시행 후 큰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3월 법인차 등록 비중은 28.4%로 집계됐다. 법인차 등록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특히 고급 수입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었다. 올해 1분기 벤틀리는 38대로 전년동기 대비 77.4% 급감했다. 롤스로이스(35대), 포르쉐(2286대)도 각각 35.2%, 22.9% 감소했다.  
  • ▲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 모습. ⓒ뉴시스
    ▲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연두색 번호판 때문에 법인차라는 게 드러나면서 개인 과시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회원은 “주말 골프장에 법인차를 몰고 갔는데 다들 연두색 번호판을 바라보면서 눈총을 주는 것 같아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수입 브랜드 딜러들이 ‘다운계약서’ 꼼수를 제안하며 제도 회피를 시도하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 대상이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해 세금 계산서 금액을 8000만원 아래로 내리고 차액을 추후 송금하는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수입 법인차 차량 모델 및 신고가액’ 자료에서도 이같은 정황이 일부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취득가액 7000만~8000만원 수입 법인차 1110대 중 시중 출고가액이 8000만원 이상인 차량은 912대에 달했다. 

    꼼수가 등장하면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초에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설정한 게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격 기준을 아예 없애거나 법인차에 ‘법인명, 법인로고’ 등을 랩핑하게 해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기존 법인차들에 대해서도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꼼수 논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놨다. 하지만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발견된 만큼,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