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성공의 해법] 시장전문가 중심, 개혁 아젠다 선정고용은 노사, 채권 소각은 채무자 의지 등 합리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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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금융현안에 대한 대책은 과거 정권과 확실히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 개혁 및 대책의 수립도 관료 중심이 아닌 시장 전문가 중심에서 금융개혁 아젠다를 선정하고 금융개혁의 과제와 실행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서 시장에 확고한 개혁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 40개 부동산 과열지역에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하는 ‘6·19 부동산대책’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은행의 이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은 벌써 지난달 수준을 추월했다. 이는 대출이 묶이기 전에 미리 받자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2일 기준 363조5831억원에 달한다. 


    이달에만 1조5993억원 늘어난 것으로 이 같은 속도라면 주담대 증가액은 올해 들어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는 올해 1월과 2월 각각 2조792억원, 9467억원 줄였다가 3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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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인 주담대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덩치만 키운 꼴이 됐다.

    물론 내주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규제로 주담대 증가세는 한풀 꺾일 수 있지만 모처럼 불어온 부동산의 가격 하락까지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지금까지 가계부채 문제를 지나치게 금융 문제로만 해결하고자 했던 모순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LTV, DTI라는 굴레를 못 벗은 가계부채 대책이 오늘의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의 대책으로 LTV, DTI, DSR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가계부채의 발생 요인별로 적합한 대책을 세울 뿐만 아니라 부동산 공급 등 부동산 정책과 소득 향상, 고용 등을 고려한 접근의 정책 제시가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눈물 머금고 덩치 줄여왔는데”…무조건 고용 확대는 희망고문 반복만

  • ▲ 금융안정보고서.ⓒ한국은행
    ▲ 금융안정보고서.ⓒ한국은행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은 은행권에 안겨준 큰 숙제다.

    이미 비용효율성을 위해 지점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데 고용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 인건비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이같이 인력 조정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의 수익성 부진과 핀테크 확산에 따른 비대면거래 증대 등 경영여건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및 P2P 금융거래 확산에 따른 온라인 소매금융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은행의 다운사이징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권 인력 규모는 2012년 10만1000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1분기 기준 9만명으로 줄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인력 규모 축소 과정에서 인력 감축에 따른 일시적 퇴직급여 지급 등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영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은행권의 고용과 관련해서는 노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은행권의 퇴직 바람은 베이비붐 세대 때문이다. 당시 이들의 채용 러시가 이어져 오늘에 이러서야 퇴직 시기와 맞닿은 결과다.

    결국 또다시 무분별하게 채용을 확대할 경우 20~30년 후 은행권에 퇴직자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에코세대 인구증가로 2019년까지는 20대 청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청년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며 고용 확대보다 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55세에 임금피크 대상자가 돼 은행 문을 나오면 사회에서 할 게 없다”며 “청년 채용을 늘리는 것에 급급할 게 아니라 금융권 퇴직자의 재취업 등 인력 선순환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액 장기연체채권 탕감, 채무자 도덕적 해이 어찌하나

    새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중에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경과된 채무자를 위한 채무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되는 탕감 채무자는 약 40만명, 채무면제 대상금액은 약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탕감계획이 진행된다면 국민행복기금이 관리하는 채무자가 206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탕감 시행으로 인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정권이 새롭게 들어설 때마다 세금이나 기금을 이용해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이 이어져 왔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부터 4년간 58만1000여명, 약 6조4165억원의 채무를 감면해 줬다.

    그러나 채무자의 연체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체율만 2014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조남희 대표는 “채무 탕감이 1회성 정책 시행이 아닌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준 및 정책 시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교한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