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성공의 해법.끝] 한계기업 232개.. 재계, 경영 환경 좋아야 투자·채용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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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국내 기업들은 고심에 빠졌다. 반기업 정서를 강하게 드러냈던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대기업들은 정책적으로 많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기업지배 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등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힌다.

    재벌 사냥꾼이라 불리우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점은 강력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서가 국가 경제 발전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등 인기 위주의 정책을 추구하다 자칫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탈세계화, 저유가 등에 따라 대외적 통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강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어, 국내 대기업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한계기업을 정리하던 살리던 결정해야 하는 몫이 문재인 정부에 돌아갔다.

    ◇ 매년 한계기업 급증...정부·민간부문 협력 그 어느 때보다 절실

    한계기업. 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상대적 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더 이상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일컫는다.

    올해 초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9.4%에서 2015년 12.7%로 4년 사이에 3.4%P 확대됐다. 비금융 외감법인을 대상으로 한계기업 비중을 산출하는 한국은행도 국내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11.4%에서 2015년 14.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이 국가 경제이 미치는 심각한 파장은 지난 1990년대 초 일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일본 내 한계기업은 정부 및 금융기관의 안이한 지원으로 대폭 확대됐고,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투자, 고용, 총요소생산성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현 정부가 작금의 한계기업 증가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퇴출할 기업은 퇴출하고 살릴 기업은 살리면서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게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원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시적인 경제 충격을 우려해 기업 구조조정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된다"며 "회복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과감히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국내 산업 붕괴보다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 ⓒ김종민 의원실
    ▲ ⓒ김종민 의원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국내 한계기업 급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자료를 내놨다.

    김종민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체 한계기업 중 상장기업은 232개, 매출은 7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근무하는 임직원만 9만6000여명에 달해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대우조선과 같이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기업도 13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들의 혈세가 또 다시 한계기업에 투입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빠른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 재계 "대기업, 국가 경제 성장 주도자로 봐줘야"

    한강의 기적. 오늘날 대한민국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대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 1968년 3월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며 철강업을 일으켰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1974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준공하며 중공업을 발전시켰다. 이후 반도체, 전자 등을 주 업으로 하는 삼성그룹이 커지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주춧돌이 됐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가 국내 대기업을 적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 상황을 억울해 하는 모양새다. 그간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은 뒷전으로 하고 나쁜 이미지만 계속해서 들춰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대기업 오너를 지칭하는 재벌이라는 용어도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 깊숙히 대기업에 대한 혐오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경영자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친노동자 성향이 강하다. 물론 어떻게 보면 약자일 수 있는 근로자의 편을 들어준다는건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기쁜 일이다.

    하지만 노동자 권리만 강조되다 보면 경영자들이 기업을 이끌어 나가기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정책은 진정한 서민 노동자를 위함이 아니라 노동계 기득층을 위한 정책이 다수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공정위 권한을 강화하는 등 기업들이 움추려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시절 한국 경제는 대기업을 필두로 발전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대기업을 각종 규제와 개혁으로 죽이려 든다면 그와 연관된 중소 협력체 등 수많은 기업들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도 주가와 똑같이 실물 경기에 따라 움직인다"며 "이번 정부가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투자하지 마라고 해도 투자하고 채용하지 마라해도 채용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정책에 재벌개혁이라는 단어가 선두에 있다 보니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갈수록 나빠진다"며 "문재인 정부가 개선할 것은 개선하돼 국가 경제 발전 주체인 대기업이 잘 살아날 수 있게 경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학계·전문가, 한 목소리로 "기업 현실 고려한 정책 펼쳐야 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정책은 충분한 논의 뒤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치 않았으며, 10대 그룹은 너무 잘하고 있기에 손댈 일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 ▲ ⓒ김종민 의원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우 영세 사업장이나 중소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전부 고려해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 연구위원은 "재벌개혁을 당장 밀어부치기 보다 지금은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에는 재벌 죽이기 이런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4대 그룹을 만나 선제적 변화를 주문하는 걸 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얼마나 자율적으로 될지 눈치보기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상법 개정 등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지금 상법 개정을 해서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영권 보호를 한밤중 집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자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밤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자면 얼마나 편하냐. 문을 열어 놓고 자면 얼마나 불안하냐"며 "경영권 보호는 이같은 차원이다. 경영권이 보호돼야 사업 계획도 세우고 공장도 세우고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경영권 자체가 불안한데 무슨 투자를 하고 무슨 일자리를 만들겠냐"고 비판했다.

    갑질문제, 일감 몰아주기 등은 아직까지 10대 그룹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대기업을 성급하게 밀어부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재벌개혁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재벌 중 적어도 10대 그룹은 거의 손댈 필요가 없다. 왜냐면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문제되는 갑질 등 일부 문제는 30~60위, 아니면 그 하위 그룹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10대그룹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