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성공의 해법] 한시적 규제개혁 통한 경쟁력 확보 절실기술경쟁력 우위 불구 경색…"불합리한 규제 걷어 숨통 틔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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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이 기업 규제의 빗장을 풀며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산업 환경은 각종 규제들로 오히려 경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사기를 더욱 진작시키는 가시적인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은 규제 하나를 도입할 때 두 건 이상의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 총량제'를 도입하거나 겸업주의·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통해 산업 간의 벽을 허물었다. 한편으로는 금융법과 세법 등을 개정해 기업 성장의 틀을 제공하며 국가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불필요한 규제들로 해외 기업들이 각종 장벽에 막혀 역행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기업 역시 해외 시장에서만 독보적인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주객이 전도된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기업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미·영·호 "新 규제 만들려면 옛 규제 없애라"'One-In, three-Out'.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하나의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다른 하나의 규제를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규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규제총량 자체를 감축하고자 하는 게 주된 목표다.한국경제원에 따르면 영국은 2010년 '원-인, 원-아웃(신규규제 1건 당 기존 규제 1건 삭제)'을 시행했다가, 2013년 '원-인, 투-아웃'으로 격상했다. 지난해부터는 '원-인, 쓰리-아웃'까지 확대하는 등 신규 규제의 3배에 해당하는 기존규제 개혁 의무를 부여했다.그 결과 감축 계획은 성과로 이어졌다. 영국은 2015년~2020년 기업규제 비용을 약 14조7000억원 줄인다고 약속했고, 첫 1년(15년 6월~16년 6월)간 1조3000억원을 실제로 감축했다. 규제경쟁력 순위도 2009년 86위에서 지난해 25위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미국의 경우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투 포 원 룰(규제 1건 당 기존 규제 2건 이상 폐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호주와 프랑스, 캐나다 등도 신설 규제 탓에 발생하는 비용을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법으로 보전하는 중이다.한국은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운영했지만, 비용 분석이 이뤄진 사례는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적용 제외 요건이 넓어 대다수의 규제가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규제경쟁력 순위는 2009년 98위에서 지난해 105위로 뒷걸음질 치는 결과를 낳았다.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규제개혁은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민과 기업의 견해를 적극 반영하는 규제개혁과 중단 없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규제개혁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금융투자·법인세 등 '간접 규제' 완화도 글로벌 트렌드해외 국가들은 직접 규제를 푸는 것과 동시에 금융법, 세법 등의 간접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도 기업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트럼프 정부는 '도드 프랭크 법'을 없애고 대체 금융법을 입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0년 발효된 도드 프랭크 법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발 경제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제한을 골자로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출과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를 막아 법안 시행 이후 금융기관의 위험 자산 투자는 급감했다.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미 하원의원들이 도드 프랭크 법안의 대체 법안인 '금융선택법'을 통과시키면서 트럼프가 고무됐다"고 전했다. 금융선택법에 따라 금융기관의 규제가 경감되면 중소기업 등 위험 자산에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아직 해당 법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지만 글로벌 트렌드가 규제 완화로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오창우 한양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흐름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내수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설명했다.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외 기업의 벽을 허무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인 세금협회의 '세계 법인세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법인세는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각 국가가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법인세 인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세계 188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치는 지난 2003년 30.0%에서 지난해 22.5%로 7.5%p 내려갔다. 미국은 법인세율을 35%에서 15%까지 조정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G20 국가 중 가장 낮은 법인세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아시아권 역시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치는 2003년 31.0%에서 지난해 20.1%로 10.9%p 떨어졌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27%에서 22%로 고작 5%p 떨어져 아시아 평균보다 높은 모습이다.오 교수는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의 해외 탈출을 막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독 재벌개혁을 앞세워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내수침체와 수출 경쟁력 하락을 초래해 경제 성장의 장기 침체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해외 기업 "한국서 찬밥신세"…국내 기업 "해외가 편해요"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자국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기술과 서비스를 펼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만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주객이 전도된 상황도 심화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헬스케어 분야를 지목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묶는 미래 유망사업으로 손꼽혀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 월등한 역량을 갖춘 외국계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까지 새로운 사업 계획을 짜거나 확대시키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비의료기관 및 타 업권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불법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그룹 대표는 "미국의 보험업계는 지난 10년간 헬스케어에 주력해왔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토로하기도 했다.국내외 기업들이 꾸준히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헬스케어 가이드라인이 처음 논의된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해외사들은 헬스케어 사업을 접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국내 기업들의 신기술도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KT는 지난달 르완다에서 열린 국제ICT 컨퍼런스에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전시하고 르완다 키갈리 국립대학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S8'을 출시하며 미국 모델에만 원격진료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 국내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수 없다는 규제에 막힌 것이다.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신산업 규제애로 실태조사' 결과 전체의 47.5%가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사물인터넷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꼽히는 산업들도 개인정보보호법과 항공법, 전파법, 도로법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중국은 드론 산업을 전략적 신흥사업으로 지정,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민간용 드론 시장도 매년 50%씩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충분히 겨룰 만한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중국에 1위를 내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오철 상명대 교수는 "중국의 드론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술력을 구비한 한국이 드론 경쟁에서 실패한 이유는 창의적 사업 발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규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유리한 조건임에도 불합리한 규제체계가 족쇄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재계 한 관계자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 기업에게 투자와 성장의 길을 열어주고, 이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 파격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