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호 한국M&A센터 대표 인터뷰> 규제에 막혀 수백억원 M&A 공중분해 되기도

한국의 초기 벤처기업, 즉 스타트업(Start Up)은 이제 막 전성기 시대를 맞이했다. 

양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 스타트기업 수는 3만개를 넘어섰고, 벤처펀드는 1조6,700억 원을 기록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업의 개수만 늘었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스타트 기업이 창업 후 5년 이내에 폐업을 맞고 있다는 통계도 업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미국은 스타트업의 초강대국으로 꼽힌다. 혹자들은 기술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시장 자체가 크다는 이유로 미국을 최고로 꼽지만, 전문가들은 ‘선진형 M&A 시스템’이 진짜 이유라 말한다. 

한국은 아직도 ‘M&A’라는 경영 방식이 어색하다. 기업을 세웠다 하면 대를 잇고 경영권에 집착한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M&A를 활용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망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스타트업 M&A 시장에 대해 '개혁'의 기치를 든 사람이 있다. 유석호 한국M&A센터 대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M&A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유대표는 "안타깝지만 현재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과 투자 환경이 ‘아프리카 원주민 규제 수준’ 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가 스타트업에 던진 두번째 화두도 M&A 시장이었다.

“상장사에 인수되는 회사는 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적자가 나는 기업에 대해서는 회계평가 조차 내지 못하게 정부가 막고 있습니다. 또,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1년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500만 원(1회 200만 원)으로 한정돼 있고,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죽게 되는 셈이죠.”

미국의 스타트업은 기술력과 아이디어 뿐 아니라 'M&A'를 통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유 대표는 한국이 스타트업 강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M&A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대표는 지난해 스타트업과 상장사간 100억 원 규모의 M&A 거래를 진행했다. 하지만 스타트 기업이 '전년도 사업에서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회계법인이 평가를 해주지 않아 거래는 무산됐다.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원인이었다.

또, 최근 한 상장사와 스타트기업의 200억 원 M&A 거래를 목전에 두고 무산됐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기업은 1년간 M&A에 참여하지 못 한다’는 제도 때문이었다.

정부는 피해를 최소하기 위한 조치라 말한다. 상장사의 대표가 적자 기업을 인수한 후 인수 금액에 대해 리베이트를 받는 배임 행위가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온 것은 사실이다.

유 대표는 정부에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상황이 ‘변태를 막기 위해 바바리 코트를 못 입게 하는 격’이라며 규제는 풀어주고 법을 어긴 사람은 일벌백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구글과 유튜브 M&A 사례를 눈 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유튜브를 1조 원에 인수할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몇 명 되지도 직원과 적자 기업, 그리고 동영상 올리는 단순한 업무, 한마디로 듣보잡(듣기도 보지도 못한 잡다한) 기업이라게 비웃음의 이유였지요. 하지만 지금 유튜브의 가치는 70조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는 유튜브같은 스타트기업을 200개 인수했고, 이중 150여개는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25%로 인해 전체적으로 대결실을 이뤘다. '지금의 한국이었다면 배임죄로 감옥에서 생애를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유 대표는 꼬집었다.

“대기업, 상장사, 대형 투자사가 최근에 들어서야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구글과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사업을 카피해 돈으로 지배하는 구시대적인 경영 방식은 끝이 났고, 성장 동력도 끊겼기 때문이죠. 이런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유 대표는 “선진국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다가 다른 기업과 만나(M&A) 세계적인 회사로 진화하는데, 한국은 투자받고 운영하다 폐업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며 "이것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 ▲ 유 대표는 M&A 친화를 통해 한국에도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글=정규호 기자ⓒ
    ▲ 유 대표는 M&A 친화를 통해 한국에도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글=정규호 기자ⓒ


  • 그는 한국에 M&A 친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유니콘’ 같은 기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넘는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우버와 에이비앤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대기업은 그동안 스타트업을 인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인기 사업을 카피해 돈으로 경쟁하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문화이자 생존 방식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이 틀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600억 원에 팔린 김 기사(앱) 같은 사례 때문입니다.”

    김 기사는 무료 내비게이션 앱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2015년도에 ‘김기사’의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스타트업 M&A시장에서 나온 가장 큰 인수·합병 중 하나다. 이 김기사 M&A 사례 이후 많은 스타트기업 종사자들이 경영권에 집착하기 보다 큰 돈을 버는 것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인들의 창업 목표는 M&A예요. 상장이 목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게 더 현실적이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회사의 대를 잇고, 경영권을 가져야 하는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죠. 그래서 저는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M&A 생태계를 바꾸는 노력을 펴고 싶습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 역량과 자금, 경험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경험 있고 자금 있는 기업을 만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 유 대표는 M&A 친화를 통해 한국에도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글=정규호 기자ⓒ

  • ▧ 유석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중국으로 건너가 여행사·컨설팅·볼링공 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테니스 라켓·인터넷 사업 등을 통해 거래소 상장도 시켰다. 지난 2011년 엔젤투자회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인 M&A 전문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페녹스벤처캐피탈 한국지사 대표 겸 한국M&A센터 대표를 맡아왔다. 한국M&A센터는 스타트업과 상장사, 투자사들이 서로 인수합병, 투자, 컨퍼런스 등의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 대표는 이곳의 대표이며 현재 40여개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유대표는 앞으로 한국M&A센터 대표로서, M&A 기반의 상생 크라우드 펀딩에 집중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희망하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을 후원하는 상장사의 매칭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펀딩으로, 스타트업은 상장사로부터 특허, 사업아이템, 인력 등 기업가치를 평가 받아 그 범위 내에서 투자 유치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