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재단출연' 최대 쟁점, 소득없는 허무한 마무리"형사책임 두려워 책임 전가…일관성 없는 증언에 '재판부' 난색"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왜 자꾸 말이 바뀌세요.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진술이 신빙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공판은 새벽 2시를 넘겨 끝났다. 최대 쟁점은 승마지원과 재단출연과 관련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가관계 합의 여부였다.

    특검은 김 전 차관의 증언을 앞세워 삼성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승마지원과 재단출연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인신문은 10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특히  증언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검의 공소사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특검은 김 전 차관의 증언과 함께 대통령 말씀자료, 안종범 수첩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상태다.

    김 전 차관은 앞선 특검 조사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은 배경에 최순실과 정유라가 있었고, 삼성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삼성이 최 씨의 영향력을 독대 이전에 알고 있었고, 삼성 관계자를 통해 정유라의 임신 사실을 알게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특검 주신문에 대한 김 전 차관의 태도도 비슷한 양상을 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유라를 직접 거론하며 승마지원을 지시했고, 승마지원이 문제되자 삼성에서 먼저 말을 교체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는 설명도 나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승마지원을 요청했고,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을 감추기 위해 위장지원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삼성이 문체부 차관인 자신을 통해 최 씨와 청와대에 승마지원한 사실도 강조됐다. 그는 "생색을 내기 위한 의도로 자신을 이용한 것 같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신문이 시작되자 김 전 차관의 진술과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구체적인 사안을 확인하는 신문에는 '어떤 의도로 물어보는지 알겠는데'라고 말하며 적대적인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의 증언이 옳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이영국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장시호 등이 위증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신문 중간중간 '혼동했다' '짐작해 답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허위진술했다' '오늘 진술한게 맞다' 등 일관성 없는 증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때문에 재판부 역시 '무엇이 사실이냐' '다시 확인해보자' '말이 달라 다시 확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와 다르다' '질문에 답해라' '증인의 입장을 변소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김 전 차관은 '최 씨가 대통령과 국정농단을 할 정도로 친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면서도 이와 반대되는 '최 씨가 대통령에게 자신을 추전한 것은 알고 있다'는 주장을 거리낌없이 했다.

    또 취임 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최 씨에게 잘 해주라고 했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제가 잘못 이야기했다. 법정에서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 의아함을 자아냈다.

    한편 비선실세 최순실의 추천으로 차관에 임명된 김 전 차관은 '체육계 대통령'으로도 불리면서 각종 사업에서 이권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국정농단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김 전 차관은 시종일관 자신에게 불리한 답변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고, 문제를 제기하는 변호인단의 신문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한 듯 말을 더듬기도 했다. 

    그는 최 씨와 대통령의 친분을 알지 못했다고 하면서 최 씨를 자주 만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에 "그 점은 국민들께 항상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에 변호인단은 "증인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여러 사안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임에도 형사책임이 두려워 삼성이나 최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 허위사실을 말하고 왜곡하는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