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안종범 수첩' 확인하니 '빈수레' 불과"혐의 입증 실패 '특검'…증인신문 사실상 '마무리'"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밝혀줄 핵심인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이 종료됐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증인신문은 18시간이라는 최장기록을 기록했지만, 공소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언이 나오지 않아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스모킹 건으로 지목된 안종범 수첩을 둘러싼 공방이 특히 치열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수첩의 진술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황증거'로 채택해 특검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6차 공판이 6일 새벽 1시를 넘겨 끝이 났다. 1000개가 넘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공판 열기는 뜨거웠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대가관계 합의 여부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최순실과 정유라 모녀에게 승마지원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때문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내용, 말씀자료의 작성 경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수첩에 관련내용이 기재된 경우에는 수 십개의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독대 이틀 후 작성된 '삼성-엘리엇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를 시작으로 '외투기업 세제혜택' '환경규제' '개방대형회사' '삼성 이재용' '세제혜택' '환경규제 多' 'JTBC' '삼성 로직스' '전문인력 부족' '도영심 회장' '삼성 명마 관리비 임대' '엘리엇' '순환출자해소' '금융지주회사' '은산분리' '삼성 역할' '빙상' '승마' 등이 작성된 배경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특검은 수첩에 담긴 내용들을 근거로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 후 기업현안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안 전 수석에게 수시로 지시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범죄사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정황을 제외하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언이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되려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 관련된 현안을 언급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만 되풀이되면서 무게는 변호인단으로 기울어졌다.

    실제 안 전 수석은 "경제수석으로 부임한 2014년 6월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말이나 지시를 단 한 차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독대와 관련해서도 '대가관계를 합의하거나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해 변호인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재판부가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한 것도 특검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정황증거 채택은 증거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던 변호인단에게도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진술증거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인식은 전문진술이 다수인 특검의 증거에 무게를 두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특검의 증거에 문제를 제기하는 변호인단 입장에서는 반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이 별다른 소득없이 종료되면서 특검의 증인신문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증인출석을 끝내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공소사실을 입증할 핵심 인물에 대한 신문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다만 오는 7일 열리는 37차 공판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증인신문이 예고돼 있어 재단출연과 관련된 어떤 증언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특검이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유도신문을 진행할 경우 불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