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만 47차례 무더기 증인신문…"특검 주장 반대 증언만 되풀이"증거 없는 '맹탕 공판'에 비난 목소리만 커져"부정한 청탁 필요 없었던 증언만…이재용 개입 정황 없어"


  •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팀과 매머드급 변호인단이 3개월간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재용 공판은 내달 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을 제외하면 피고인신문, 공방기일, 결심공판만 남은 상황이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공판 시작에 앞서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47차례 열린 공판의 양상은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모양새다. 특검이 주장해온 혐의들에 대한 물증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50여 명의 진술조서, 61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음에도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만 되풀이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의 창이 무뎌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삼성 '승마지원' 강요에 따른 선택이었나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미리 알고 있던 삼성이 이 부회장의 원할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대가관계를 합의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선택으로 이뤄진 뇌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61명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미리 알고 있었고, 대가관계를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증언만 되풀이되면서 특검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이 최씨의 실체를 알게된 건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후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에서 '승마지원이 미흡하다'는 질책을 받은 후 경위를 파악하던 중 최씨의 존재를 알게됐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을 배경으로 둔 최씨의 강요와 압박으로 마지못해 지원했다는 들어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말과 차량의 소유권이 삼성에 귀속돼 있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계획됐다는 점을 앞세워 정상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삼성 '부정한 청탁' 필요 있었나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합병후 순환출자고리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 등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업 시너지 효과는 승계를 위해 조작됐고, 계열사 경영진의 의지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미래전략실이 중심에서 모든 과정을 주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SK와 LG그룹 등이 독대 전 청와대와 그룹현안을 공유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했다. 

    더불어 현안이 공유되지 않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모를리 없어 '묵시적 청탁 및 암묵적 합의관계'가 체결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주장에 변호인단은 '근거 없는 의혹제기식 주장'이라 맞섰다. 삼성합병에 대한 부당개입, 순환출자고리 해소, 금융지주사 전환 등이 문제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특검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박이다.

    아울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 누구도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정상적 경영행위를 아무런 근거 없이 불법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 이재용 '개입' 정황 밝혀졌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마지원과 재단출연 등에도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1차 독대 시점에 최씨의 존재를 알고 지원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과의 3차례의 독대에서도 청탁이 오고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도 이 부회장의 개입이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종범 수첩, 김영한 업무일지, 청와대 문건 등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독대에서 이같은 대화가 있었다는 주장은 소설에 가까운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대 당사자들이 같은 목소리로 부인하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안종범 수첩을 포함한 증거 대부분이 정황 및 전문증거에 불과해 이 부회장의 개입을 입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승마지원 등에 개입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판은 2일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을 거쳐 7일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에 대한 특검의 구형이 발표된다. 

    재판부는 구형이 있고 2~3주 후 1심을 선고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만료 기한이 27일인 것을 감안할 때 24일 전후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