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 미국엔 당당, '사드 보복' 중국엔 침묵 WTO 제소 계획 마저 철회… 10월 기대감 사라져
  • ▲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도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보복으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의 압박으로 매장 112개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매장도 사실상 휴점 상태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입은 피해액만 5000억원 정도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마트도 중국 진출 20년만에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말 "중국에서 이마트를 전면 철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이마트는 연내 중국에 있는 매장 6개 모두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2016년 7월13일 이후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중국 측의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사드 보복 피해액은 연간 8조5000억~2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7일 사드 4기 임시 추가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덩달아 우리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양국 경제 마찰이 가속화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정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뒤집어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정부는 현재 중국 현지 진출 기업과 수출 기업 등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중국 측에 조치 철회와 우리 기업 애로 해소를 요구하는 것 외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산업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한중통상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오는 10월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유통·관광분야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3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중국 측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한 바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높다.

     

    그나마 국제규범 위반 소지가 있는 조치들에 대해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WTO 제소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서 의미가 큰 만큼, 10월에는 보복성 조치가 다소 풀릴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하루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청와대가 사실상 WTO 제소 계획을 거둬 들였기 때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WTO 제소 검토를 발표한 이튿날인 14일 "한·중간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나가고자 한다"며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 협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만큼 사드 갈등을 풀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안도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 김희영 과장은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은 노무나 세무나 환경의 변화에 대해 잘 관찰해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며 "신규로 중국에 진출을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제3국을 우회해 진출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광 분야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 피해를 봤지만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는 되레 수출이 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만을 부각하지 말고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손실, 예를 들어 중국으로의 투자를 다른 국가로 전환하거나 대중국 상품에 대한 보이콧 등도 추정해 홍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사드 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를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회의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범부처 차원의 지원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추가 지원책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관광·유통·소비재 분야 등 피해 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관광기금 특별융자 등 자금 지원, 규제 대응, 무역보험 및 수출 마케팅 지원 등을 시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대중무역피해 특별지원단을 확대·개편해 '중국 무역애로 지원 특별 TF'를 무역협회 '차이나데스크(전화 1380)'에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중국 무역애로 지원 특별 TF'는 무역협회,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여러 지원기관에 접수된 대중국 기업 애로사항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보다 편리하게 원스톱으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에 대해서는 코트라의 '글로벌파트너링 사업'을 활용, 공급선 다변화를 도울 계획이다. '글로벌파트너링 사업'은 우리 부품소재 기업들이 해외 글로벌 기업의 공급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코트라의 대표사업이다.

     

    관광분야의 경우에는 일본, 동남아권 등으로 관광객 유치를 다변화하고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 분야는 중국 현지와 제3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 판촉전과 수출 마케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