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규제에 상가 입찰경쟁률·낙찰가율 '고공행진'신규 상가도 속속 완판… 기조성 상가 시세도 '들썩'
  •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뉴데일리경제 DB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 입찰에 166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8·2대책 등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지 시중의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3대책 이후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3개월 연속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이처럼 팽창하는 것을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고 있다.

    29일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등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인 3만8118건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7월 3만6418건에 비해 4.7% 증가한 수치다. 지난 6월 3만3675건으로 역대 최고 신기록이 나온 뒤 7월에 또 새 기록이 나왔고, 이마저도 한 달 만에 다시 작성된 셈이다.

    특히 상가 투자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것이 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다. 입찰가격의 출발점이 되는 감정가격이 일반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LH가 지난달 전국에서 공급한 단지 내 상가 24호의 평균 낙찰가율은 122.4%를 기록했다. 이 중 경남혁신도시에서 공급된 3개 점포의 경우 평균 입찰경쟁률 11대 1, 낙찰가율 160.4%를 기록하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중순 공급된 서울오류(29호) 등 51개 상가 역시 주인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이들 상가의 전체 낙찰가는 165억8168만원이며 평균 낙찰가율은 175%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5% 수준의 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적정 낙찰가율을 150~160% 선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오류에서 공급된 상가의 평균 낙찰가율은 185.7%에 달했으며 29개 중 11개의 낙찰가율이 200%를 넘을 정도로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이 중 한 상가의 경우 예정가격(1억19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많은 3억2100만원에 낙찰돼 269.7%의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입찰에서 최고 낙찰가율이다.

    이밖에 시흥은계(14호) 및 대구금호(8호)의 평균 낙찰가율은 각각 173.9%, 138.2%를 기록했다.

    민간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상가도 마찬가지다. SK건설이 자난 8월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에서 선보인 '공덕 SK 리더스 뷰'의 단지 내 상가는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사흘 만에 모두 팔렸다.

    상록지구 재개발이 진행되는 경기 안양시에서 5월 반도건설이 분양한 '안양 명학역 유보라 더스마트'의 상업시설 '안양 명학역 유토피아'도 분양을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완판됐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서울 서대문구에서 공급한 '북한산 더샵'의 상가 역시 분양 사흘 만에 80%가량 계약이 완료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조성된 상가 가격도 오름세다. LG전자 등 기업 입주로 활기를 띠고 있는 마곡 일대는 2~3년 전 이 일대 상가가 처음 분양됐을 때보다 3.3㎡당 1000만원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지역 자체의 매력도 작용했지만, 최근 8·2대책 등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가 매매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상가들은 면적이나 입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해 초에 비해 평균 5000만원 이상 올랐다.

    뚝섬 인근 성수 준공업지역 대로변 상가건물도 2년 전만 하더라도 3.3㎡당 시세가 4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현재는 6000만~7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마저도 매출을 찾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잇달아 꺼내자 시중자금 일부가 상가 투자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3대책에 이어 올 들어 8·2대책, 9·5 추가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위축시키고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주택시장으로 투자자가 몰렸다는 것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늘고, 청년 창업도 활발해지는 등의 영향으로 임차 및 투자수요가 모두 활황세에 있다"며 "여기에 저금리 기조 속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풍선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에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일반 상가보다 저렴하게 낙찰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노려 분양권 전매 등을 노리는 이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혁 선임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입자와 상품성이 양호한 신규 물량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과열경쟁 현상이 여전한 만큼 분위기에 편승해 고가 낙찰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간아파트 단지 내 상가 역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상가 쪽에 반영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만 부각해 아무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상가로 투자하는 것은 필패라는 '지적'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무리 LH 상가라도 낙찰가율이 150%를 넘어선다면 연 5% 안팎의 정상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도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했다가 막상 수익률이 연 4%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반드시 현장을 다녀오고 상권 분석 등을 진행한 뒤 실제 투자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