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실패하자 유예로 가닥여론 잠재우려는 꼼수 시각도
  • ▲ '덕운메모리얼파크' 조감도. ⓒ보람상조
    ▲ '덕운메모리얼파크' 조감도. ⓒ보람상조

     

    상조서비스 전문회사인 보람상조가 결국 서울 마포 상암동 주민들에게 백기를 든 것일까. 상암동 주민들 사이에서 "보람상조가 하루빨리 '덕은장례식장(덕운메모리얼파크)' 부지를 팔고 나가기로 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보람상조측에 확인한 결과 "주민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선이지 사업 백지화는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지난 2016년 3월 장사시설 전문 회사인 메모리얼소싸이티로부터 장례식장 건축 허가권을 넘겨받아 그해 11월 착공 신고를 했다. 이를 통해 보람상조는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장례식장 '덕운메모리얼파크(덕은장례식장)'를 올릴 계획이었다. 장소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덕동(현천동·덕은동·화전동의 3개 법정동으로 구성) 217-1번지 일대 옛 국방대학교 터와 월드컵파크아파트 9단지 사이.

     

    처음에는 계획대로 술술 풀려나갔다. 덕운메모리얼파크가 들어설 대덕동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설득에도 성공했다. 당시 보람상조측은 "지난 2004년 대법원은 '장례식장은 혐오·기피시설이 아닌 공간'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고인과 그의 가족, 지인들과의 이별을 고하고 유족들이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공간이 장례식장이다. 선진 장례 문화를 선도하는 시설로 발전시키겠다"며 장례식장 신축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덕동과 인접한 상암동에서 발생했다. 상암동 주민들이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놀아야 할 공간에 장례식장이 웬말이냐"며 덕운메모리얼파크 건설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덕운메모리얼파크 예정지는 월드컵파크아파트 9단지와 불과 100여m 거리에 있다.

     

    게다가 상암동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까지 '보람상조 저격수'로 나서면서 일은 더욱 꼬여만 갔다. 손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람상조와 관련된 글 3건을 잇따라 올리며 비리나 서비스의 문제점 등을 제보 받겠다고 나섰다. 이 글에서 손 의원은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이 보람상조를 설립한 과정, 부인과 자녀에게 최 회장의 지분을 승계한 내용 등을 취재한 주간지 기사를 첨부하며 "보람상조는 어떤 회사인지 보람상조의 창업주와 승계 상황을 알아봅시다"라고 썼다.

     

    상황이 좋지않은 방향으로 전개되자 보람상조는 지난달 22일 저녁 상암동 주민들과 첫 간담회 자리를 갖고 덕운메모리얼파크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설득에는 실패했다.

     

    상암동 주민들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별 도움이 안되고 우회해 다녀하는 교통 불편도 초래한다"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신축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때까지 항의집회를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람상조가 부지를 팔고 나가기로 했다"는 얘기가 상암동 주민들 사이에 나오고 있어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암동 한 주민은 "보람상조측에서 안들어 오겠다고 했다. (덕은장례식장 부지도) 팔수 있으면 빨리 팔고 나가겠다고 한다. 다만 규모가 크다보니 매매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서로의 입장이 평생선을 달리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얘기가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반대 여론을 잠시 잠재우려는 꼼수"라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람상조측은 "확정지은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조합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상암동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때까지 유예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