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첫 만남, 성과없이 종료
  • ▲ '덕운메모리얼파크' 조감도. ⓒ보람상조
    ▲ '덕운메모리얼파크' 조감도. ⓒ보람상조

     

    한 발짝의 진전도 없었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22일 저녁에 이뤄진 보람상조와 서울 마포 상암동 주민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끝이났다. 다음번 만남조차도 기약하지 못했다.

     

    이들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것은 상조서비스 전문회사인 보람상조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217-1번지 일대에 짓기로 한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장례식장 '덕은장례식장(덕운메모리얼파크)' 때문이다. 앞서 보람상조는 지난 2016년 3월 장사시설 전문 회사인 메모리얼소싸이티로부터 고양시 덕양구 대덕동(현천동ㆍ덕은동ㆍ화전동의 3개 법정동으로 구성) 옛 국방대학교 터와 월드컵파크아파트 9단지 사이 부지에 대한 장례식장 건축 허가권을 넘겨받아 그해 11월 착공 신고를 했다.

     

    문제는 주거지와 너무 가깝다는 것. 실제 '덕은장례식장' 예정지는 월드컵파크아파트 9단지와 불과 100여m 거리에 있다. 이에 상암동 주민들은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놀아야 할 공간에 장례식장이 웬말이냐"며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만남에서 보람상조측은 지난 2004년 대법원이 '장례식장은 혐오·기피시설이 아닌 공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들어 설득에 나섰다.

     

    보람상측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고인과 그의 가족, 지인들과의 이별을 고하고 유족들이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공간이 장례식장이다. 선진 장례 문화를 선도하는 시설로 발전시키겠다"며 장례식장 신축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상암동 주민들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덕은장례식장' 신축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때까지 항의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상암동 주민들로 구성된 덕은장례식장비상대책위원회의 이지혜 위원장은 "보람상조가 장례식장을 짓겠다는 곳은 아이들 매일 산책하는 장소"라며 "그런 곳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면 아이들의 정서에도 별 도움이 안될뿐 아니라 우회해서 다녀하는 교통 불편도 초래하는 등 하나도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 ▲ 보람그룹 최철홍 회장. ⓒ보람상조 홈페이지
    ▲ 보람그룹 최철홍 회장. ⓒ보람상조 홈페이지

     

    게다가 상암동 주민들은 '보람상조가 장례식장을 짓고서는 슬그머니 납골당까지 차리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보람상조측은 "국방대학원 등이 있어 납골당을 지을 일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행법상 교육시설 근처에는 납골당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상암동 주민들은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이 목사로 변신한 것이 납골당을 운영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사설 납골당을 설치하려면 재단법인을 설립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단체는 예외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부산에 건립한 엘림주찬양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상암동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은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종교재단이 손쉽게 납골당 등 장례사업 허가를받을 수 있다는 빈틈을 교활하게 캐치한 최철홍 회장의 꼼수가 너무 빤히 제 눈에는 보인다는 것이 그들의 불행"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부산에 있는 그의 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그는 100개 교회를 꿈꾼다. 소위 프랜차이즈 교회들을 만들어 장례산업의 기반 고객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사업가로 위장한 꼼수 장사속을 위해 목회자로까지 나서 종교를 악용하는 그가 더욱 가증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