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 발생 8개사 <뉴스캐스트> 노출 차단 논란좌파 언론 '불만제기'에 네이버 "사과드린다" 백기
  • "언론사 사이트 악성코드 발생으로 기사 노출이 제외된 상태입니다"

    경향신문, 데일리안, 스포츠서울,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중앙데일리, 코리아헤럴드, 한겨레 등 8개 언론사는 네이버의 <악성코드 운영 가이드 강화> 방침에 따라 지난 10~12일 3일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차단 조치를 당했다.

    <뉴스캐스트>란 포털사이트 네이버 초기 화면에서 국내 주요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노출·링크 시켜 놓은 서비스를 일컫는다. 

    2009년 1월부터 시작된 <뉴스캐스트>는 포털이 전적으로 편집·배치 권한을 휘두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언론사가 자사 기사를 직접 선별, 편집, 제공하는 서비스로, 2012년 현재 100개에 가까운 언론사가 입주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입주한 매체 접속자 중 상당수는 <뉴스캐스트>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일간 <뉴스캐스트>에서 배제된다는 건, 결국 자사 '방문자 수'가 급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문자 수의 감소는 '매체 영향력'은 물론, 노출횟수(CPM)나 클릭(CPC)당 과금 방식으로 진행되는 '배너광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 사진 =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 사진 =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 "우릴 무시해? 네이버, 너 딱 걸렸어!"

    이에 한겨레, 경향신문 등 피해 언론은 네이버의 노출제한 조치가 단행된 직후 자사 홈페이지 기사를 통해 "네이버의 이번 조치는 정치적 의심을 받을 소지가 농후하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악성코드에 취약한 자사의 보안 상태는 제쳐 두고 엉뚱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이번 사태를 '反정부 여론 몰이'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것.

    특히 한겨레는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 "악성코드가 발견됐다고 뉴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게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네이버가 뉴스라는 단물만 빼먹어서는 안된다"는 일침을 가했다.

    또한 "배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는데 (총선을 앞둔)지금 (2박3일 차단 조처를 하는 것은)자칫하면 정치적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네이버의 이번 조치 이면에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위험천만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좌파 성향의 네티즌들도 '색깔론'을 들먹이며 네이버를 비판하는 분위기.

    이들은 "네이버가 진보 언론 기사 노출을 의도적으로 막는 듯 하네요. 청와대 개입 관련 녹취록 공개 기사 감추려고 그러나?", "네이버가 이명박 정권의 XX가 되었다는 증거", "네이버가 국민의 네이버인지, MB정권 앞자비인지‥"라는 거친 댓글로 이번 조치가 지극히 편향적이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 "데일리안도 있는데‥" 네이버, 좌파 매체 왕따?

  • ▲ 사진 =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노출제한 조치를 당한 언론사 중 '정치색 색채'가 짙은 언론사는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데일리안 등 절반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파 언론인 데일리안이 섞여 있다는 건 이번 네이버의 차단 조치가 정치적 배경과는 전혀 무관함을 방증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뉴스캐스트> 강화 조치는 이용자 환경 보호를 우선한 새 정책 도입에 따른 것"이라며 "악성코드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계속 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해명했다. 정치적 의도가 아닌, 이용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는 오마이뉴스 국제부 편집국장이었던 홍은택 NHN 에코 시스템 TF 이사가 책임을 맡고 있다.

    따라서 네이버가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던 때에는 되레 우파 언론들로부터 '네이버가 좌편향 언론매체만 키워주고 있다'는 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적 근거나 네이버 측의 해명에도 불구, 뉴스캐스트 차단 조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 '反정부 여론화' 움직임, 다음 타깃은 포털?

    심지어 민주통합당 최영희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총선 정책·공약 점검회의에서 "악성코드 발생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네이버가 왜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최대 3일이나 (뉴스를) 차단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근거도 없는 '정치적 음모론'을 공식석상에서 제기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는 총선에 앞서 '反정부 여론'을 고착시키려는 '방송3사 노조 파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좌파 언론과 각종 시민단체들은 정권에 길들여진(?) 언론 사주를 몰아내고, '親노조' 경영진으로 쇄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타도 대상으로 삼는건 비단 신문·방송 뿐만이 아니다. 이미 거대 매스미디어로 성장한 포털사이트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결국 네이버의 <악성코드 운영 가이드 강화> 방침은 포털을 전복시킬 기회만을 노리던 좌파 세력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이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악성코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네이버가 수일만에 "해당 언론사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고, 과도한 조치였다"며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

    ■ 네이버, "노출 제한 조치 유예" 백기 투항?

    네이버는 "'이번 조치 이전에 충분한 협의가 없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수용, 네이버 뉴스캐스트 노출 제한 조치를 유예한다"고 13일 밝혔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담당하는 윤영찬 이사는 "이번 조치에 어떠한 정치적 배경도 없다는 점은 저희와 악성코드 문제를 논의해 온 해당 언론사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며 "악성코드로 인한 최대 피해자가 이용자인 만큼 문제해결에 대한 네이버의 원칙은 변함이 없으나 정책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문제 해결 후 재노출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 해당 언론사 기사를 보려는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점과 총선을 앞두고 이 정책을 악용하는 해커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새로운 악성코드 관리 기준의 적용을 당분간 유예하고 앞으로의 악성코드 대책 방안을 언론사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 사진 =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 "악성코드와의 전쟁!" 흐지부지‥

    그러나 네이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악성코드와의 전쟁>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언론의 집단 움직임에 무릎을 꿇은 전례를 남긴 만큼, 차후 비슷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네이버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적 예단마저 나오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악성코드 문제는 네이버가 이미 밝혔듯 언론사의 협력 없이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그동안 숱한 악성코드 피해에도 단기적인 처방에만 그친 일부 언론사로 인해 악성코드로 인한 좀비 PC 양산은 해마다 늘고 있고 네이버 역시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오랜 고심 끝에 네이버가 내린 결론"이라며 "악성코드 유입을 더 이상 묵과할 경우 이용자의 추가 이탈을 막을 수 없고 이는 네이버의 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월 29일 뉴스캐스트 회원사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내 "악성코드 처리 방안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차후 악성코드 노출시 <확인 후 이틀 후 재노출>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악성코드 운영 가이드 강화> 

    현재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악성코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요. 실제 이용자 PC 감염 사례가 증가하여 PC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악성코드에 감염될까봐 불안해서 네이버 이용을 못하겠다는 등 이용자 항의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네트워크 광고 등에서 발생하는 악성코드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하게 보안 유지를 부탁 드리며 악성코드 조치 이후 재발되는 기존 사례를 감안하여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저희 보안팀 확인 후 (문제 없을 경우에)익익일 오전 11시에 노출하는 방식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악성코드는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가이드를 강화한 점, 이해 부탁 드립니다.

    ■ 접속자 증가 '선물'에, 악성코드 '처방약'까지?

    네이버가 밝힌대로 그동안 악성코드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야기시켰다. 개인 PC가 오염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다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금융사건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악성코드 문제는 IT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근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 해왔다.

    특히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해당 매체에 달리는 배너 광고 서버를 집중 공략하는 신종 악성코드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뉴스캐스트>를 통해 특정 언론사 기사를 접한 후 PC가 오염되는 증상을 호소하는 네티즌도 늘어 갔고, 이들의 '항의'와 '분노'는 대부분 매개체인 네이버에게로 향했다.

    네이버는 편집권을 각 언론사에 이양, 언론보도의 자율권을 보장했으나 언론사를 통해 유포된 악성코드의 책임은 거꾸로 네이버에게 돌아오는 불합리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IT칼럼니스트 김인성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악성코드 피해를 입었는데 한시바삐 정상화되도록 도와주기는커녕 거꾸로 피해 언론사를 징벌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김씨는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차단 조치는)도둑맞은 사람에게 '왜 담을 높이 쌓지 않았느냐'며 추가로 벌금을 물리는 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언론사에게 '접속자 증가'라는 선물을 안긴 네이버가 악성코드에 대한 '처방전'까지 따로 제공해야 된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 "<뉴스캐스트> 정책, 싫으면 떠나라!"

    그러나 <뉴스캐스트>는 국내 전 언론사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벌금을 내기 싫으면 <뉴스캐스트>에서 떠나면 그 뿐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뉴스캐스트> 계약을 맺기 전 해당 언론사가 폭발적인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전문적인 기사를 제대로 생산할 능력이 있는지, 악성코드에 대한 보안책이 마련돼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언론사로서의 기본 요소 구성이 미비하고 순간 수천명이 동시 접속하는 데이터를 버틸 수 없다면 <뉴스캐스트> 입주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바이러스 보안력은 필수. 해마다 변종을 거듭하는 IT바이러스에 취약한 매체는 결국 네이버를 통한 일반 이용자들에게 PC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에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매체 역시 자격 미달이다.

    네이버의 '차단 조치' 역시 이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매체들만 <뉴스캐스트>에 합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띠운 것 뿐이다.

    '웹셀' 등의 공격 방식에 취약하다며 하소연 하는 매체들은 밥상을 차려줬으니 이를 떠먹여 달라고 떼쓰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한 언론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악성코드 문제가 전 언론사닷컴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며 "일부 언론들처럼 '정치적 희생양' 운운하며 쉽게 살아갈 길을 모색하기 보다, 당당히 맞서 근원적 문제 해결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