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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출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감사들이 너나없이 임기가 연장되거나 다른 금융사로 옮겨 앉고 있다.
금융사 CEO는 매년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 공직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재취업 자리로 꼽혀왔다. 의전 서열상 CEO에 이어 2인자인 감사는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독립성이 보장되는데다 급여도 많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외환은행, 대구은행, 한국거래소, 삼성카드는 올해 3~4월 김용우·신언성·정창모·김성배·정태문 감사가 연임하거나 임기가 연장됐다.
오는 24일 3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병기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연임이 유력시된다. 오는 7월에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윤영일 기업은행[024110] 감사도 임기 연장이 확실시된다.
광주은행에서는 2007~2008년 감사를 지내고 신협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로 옮겼던 한복환 감사가 올해 3월 다시 감사로 복귀하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김용우·신언성·정태문·윤영일 감사는 감사원 출신, 정창모·한복환 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김병기 사장과 김성배 감사는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직자 '낙하산 인사'를 일컫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원조 관피아'로 볼 수 있는 기존 낙하산 사장과 감사의 임기가 사실상 자동 연장되거나 연임·재임된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애초 이석우 전 금감원 국장을 감사로 내정했으나, 이 전 국장이 고사하자 정 감사가 자리에 더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반사 효과로 임기가 대거 연장되기도 했다.
최용수 코리안리 감사,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 남인 전 신한카드 감사는 2009년 나란히 금감원을 나와 2012년 각각 연임에 성공, 5~6년씩 감사 자리를 꿰찼다.
박병명 LIG손해보험 감사는 최 감사, 나 감사, 남 전 감사와 함께 2009년 금감원을 나와 전북은행 감사를 맡고, 2012년 LIG손해보험으로 옮겨 또 감사 자리에 앉았다.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 2010년부터 내년까지 6년간 감사를 맡는다. 노승방 전 메리츠화재 감사는 2010년부터 3년간 감사로 지내고 지난해 메리츠화재 감사위원회 총괄이 됐다.
임기 연장뿐 아니라 여러 금융회사나 관련 기관을 돌아다니며 감사와 임원을 두루 섭렵한 경우도 이들 못지않게 '운 좋은' 사례로 꼽힌다.
올해 3월 선임된 한백현 농협은행 감사는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을 지내고 농협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한 감사의 전임인 이용찬 전 감사는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와 부회장을 거쳤다. 김성화 신한카드 감사는 이 전 감사의 후임으로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을 거쳐 갔다.
이병석 동부생명 감사는 흥국생명 감사를 지냈고, 강길만 농협생명 감사는 메리츠화재 감사와 전무를 역임했다. 한백현·이용찬·김성화·이병석·강길만 전·현 감사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기재부 출신의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는 은행연합회 감사를 3년 지내고 국민은행에서 올해 초부터 다시 3년간 감사를 맡게 됐다.
금감원, 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의 감사직 수임에 제동이 걸린 때를 전후해 일찌감치 옷을 벗고 경력을 '세탁'한 뒤 감사로 옮긴 사례도 적지 않다.
이석근 신한은행 감사는 금감원 부원장보 재직 시절 신한은행 감사에 내정됐다가 저축은행 사태로 포기했으나, 컨설팅 회사에서 3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초 신한은행 감사가 됐다.
금감원 국장 출신의 김광식 하나은행 감사도 금융보안연구원장을 지내고 지난 3월 하나은행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금감원 출신인 장상용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은 신한생명 감사에 내정됐으나, 협회장 인사가 9개월째 이뤄지지 않아 부회장(회장 대행)을 계속 맡고 있다. 이 바람에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한 정진택 신한생명 감사는 한시적으로 자리를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