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聯·KB "특별한 입장 없다"금융권 "잘 되면 좋겠지만 글쎄요…"
  • ▲ 금융당국이 관피아 낙하산 막기에 나섰다. 이번 선언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에 관심이 쏠린다. ⓒ NewDaily DB
    ▲ 금융당국이 관피아 낙하산 막기에 나섰다. 이번 선언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에 관심이 쏠린다. ⓒ NewDaily DB

    금융당국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 막기에 나섰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금융사 최고경영자를 맡는 관행을 없애고, 내부 인사나 외부 전문경영인 출신이 전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같이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선언이 선언으로 끝날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 금융당국 척결 의지… 시중은행 말 아껴

금융당국이 '관피아 척결'을 부르짖는 이유는 최근 금융권 사고의 빈도가 우려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관피아' 출신 인사는 내부 통제에 허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도 관피아 척결을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관심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 가운데 외부 출신 인사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각각 재무부(지금의 기획재정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과 관련,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특별히 '회사 차원에서의 입장 표명'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지주 차원에서 '입장 표명'을 할 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관피아 척결 문제와 관련, 금융권의 시선이 KB금융으로 쏠린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꼭 KB만 콕 집어서 지적했다기 보단, 예를 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거론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규제를 하겠다고 결정된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모임인 은행연합회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금 (연합회의 입장을) 말씀 드리기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짧게 답했다.

◇ "관피아 척결 잘 될까?" 내부에서도 반신반의

금융당국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급 인사는 "금융당국이 관피아를 막겠다고는 하는데, 말로만 끝날지 실제로 척결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관피아는 KB금융 뿐 아니라 산업은행·농협지주 등 다양한 금융사의 임원직을 움켜쥐고 있다"며 "현재 금융당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이들의 후배다. 후배가 선배를 척결한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관피아 낙하산을 척결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하겠다'가 아닌 '지금 당장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KB금융과 국민은행에 지금 당장 문제가 생겼는데 또 '다음 기회' 운운한다는 건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며 "이 경우 직무유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죄자 감독기관에서 범죄자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이 모처럼 밝힌 '관피아 낙하산 퇴출' 선언이 공염불로 끝날 것인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것인지에 전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