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불법 어획물에 대한 특혜관세도 제외키로
  • ▲ 인천 웅진군 연평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들.ⓒ연합뉴스
    ▲ 인천 웅진군 연평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들.ⓒ연합뉴스

    10일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전격 타결됐지만, 쌀 시장은 협상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고추·마늘·사과·배·갈치·쇠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을 포함해 수입액 기준으로 30%를 앞으로 어떤 추가 개방 의무도 지지 않는 양허 제외 대상으로 확보했다. 이는 다른 FTA와 비교할 때 유례없이 큰 비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수입 농수축산물 중 수입액 기준 60%에 해당하는 총 670개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인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다.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되면 양허 제외, 쿼터, 계절관세, 관세 부분감축 등 관세 완전 철폐를 피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통해 FTA 파고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


    이번에 농수축산물의 초민감품목은 양허 제외 30%, 자율관세할당 16%, 관세감축 14% 수준으로 조정됐다.


    양허 제외는 초민감품목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입액 기준 30%, 614개 품목이다.


    고추·양파·양파 등 국내 주요 양념채소류와 사과·감귤·배 등 과실류, 조기·갈치·오징어·넙치 등 주요 어류, 쇠고기·돼지고기와 배추·오이·우유·달걀·인삼 등 주요 농수축산물이 양허대상에서 빠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양허 제외 30%는 그동안 우리가 맺은 12개 FTA 중 유례없이 큰 수준"이라며 "한·미 FTA는 0.9%, 한·EU FTA는 0.2%, 한·캐 FTA는 3.4%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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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시장 개방 우려가 컸던 쌀은 한중 FTA 대상에서 완전 제외됐다.


    쌀 시장이 보호되면서 정부는 국내 쌀 산업 보호와 쌀 농가의 우려 불식,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상에서의 유리한 고지 선점 등 일거삼득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는 FTA를 추진하면서 한 번도 쌀을 양허 제외 대상에서 빼놓지 않았지만, 내년 쌀 시장 개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농민단체가 정부의 쌀 산업 보호 의지 후퇴를 주장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정부가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수입 쌀에 고율 관세를 매겨도 FTA 등을 통해 저율의 관세가 부과되거나 관세가 철폐될 개연성이 크다며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쌀이 변함없이 양허 제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국내 쌀 산업 보호와 농민단체 우려 불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정부는 앞으로 있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만큼 TPP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양보를 요구할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수산물 분야는 농산물보다 시장이 많이 개방돼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농산물은 관세가 수백%에 이르지만, 수산물은 민어가 최고인 38%이고 평균 18% 수준"이라며 "다만 주요 수입품인 낙지, 조기, 갈치 등이 주요 국내 소비 수산물이어서 협상에 신경 썼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수산분야에서는 수입액 기준 35.3%를 개방하고 65%를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다. 양허 제외는 수입액 기준 30.4% 수준이다. 조기·갈치·넙치 등 불법어업으로 잡은 어획물과 꽃게·고등어처럼 자원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품목 등을 위주로 초민감품목에 대한 협상이 이뤄졌다.


    특히 중국 어선이 서해에서 불법어업으로 잡은 수산물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때 비교적 낮은 세율로 부과하는 특혜관세를 주지 않겠다는 우리 측 요구안도 합의가 이뤄졌다.


    주요 불법 어획물은 그동안 해양경찰에 적발된 중국 불법조업 선박에서 압수한 어획물을 중심으로 정했다.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조기, 갈치, 꽃게, 멸치, 오징어 등에 대한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과 불법 어획물에 대한 특혜관세 부여로 우리 어민이 입는 이중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법 조업물은 특혜관세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명시한 것은 한·중 FTA가 거의 유일하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수산물에 대해 초민감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김과 미역, 넙치, 전복, 해삼 등 우리의 62개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즉시 또는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양식하는 경쟁력 있는 품목은 이번 협상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