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단체생활하는 학교 왜 무관한가"…WHO 공기감염 견해 번복 등 불신 키워
  • ▲ 휴업으로 문을 닫은 학교.ⓒ연합뉴스
    ▲ 휴업으로 문을 닫은 학교.ⓒ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학교 휴업과 관련해 수업 재개를 권고하고 나섰지만, 한편으론 모든 시설의 감염 예방 강화를 강조해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전국 모든 시설의 감염 예방 강화를 주문하면서 교육시설의 예방 조처인 휴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기 때문이다.

    그동안 WHO 견해가 유동적이었다는 것도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WHO는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며 기존 입장에서 돌아섰다.

    1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한국-WHO 합동조사단은 지난 10일 우리 정부에 전달한 첫 번째 권고사항에서 "한국에서든 다른 국가에서든 학교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와 관련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며 "전국 각지에서 휴업에 들어간 학교의 수업 재개를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확산과 학교는 연관이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은 "전국 모든 시설에서 감염 예방과 통제 조처를 즉각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 방문, 최근 중동지역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해 열이나 호흡기 질환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는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WHO가 모든 시설에서의 감염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유독 교육시설의 예방 조처인 휴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전 교육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검사결과가 음성, 양성을 오락가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가 왜 무관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대한민국 대다수 가정에 자녀가 있으므로 학교야말로 메르스가 급속히 퍼질 수 있는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휴업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WHO 의견에 대해 학부모나 일반시민의 인식과 거리가 있다는 태도다. WHO는 의학적 관점에서 학교 감염이 아니므로 휴업이 불필요하다는 견해지만, 교육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의 휴업 요청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강남·서초구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대한 휴업령을 12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더 나아가 강동·송파·강서·양천구의 학교들에도 휴업을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휴업령을 해제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위험성이나 위기의식의 수준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지침을 전달했다.

    그동안 메르스에 대한 WHO의 견해가 유동적이었다는 점도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WHO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감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WHO는 병원 내에서 환자의 기도에 관을 넣거나 뺄 때 내시경을 할 때처럼 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침방울이 퍼져 나갈 때는 공기 중 감염 예방법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병원 내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동안 WHO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주로 메르스 바이러스 환자와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된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