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왜 재벌병원 관리 못하냐" "박 대통령 낙타고기 먹었나" 질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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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떨궜다. 이 부회장은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면서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이 겪으신 고통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임신부 환자는 출산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만삭의 산모는 지난달 27일 어머니를 문병하러 같은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109번째 메르스 환자가 됐다.

    산모는 메르스 치료를 마친 뒤 증상이 없어 격리에 해제돼 같은 병원에서 분만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뒤흔든 메르스의 기세가 한 풀 꺽인 모양새다. 메르스 확진으로 전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임산부가 완치된 뒤 출산에 성공했고 확진 환자 수도 눈에 띠게 줄고 있다.

     

    문제는 경제에 드리운 메르스 여파가 한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메르스 불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한국경제원은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유통업계의 매출 급감은 제조업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제계는 메르스 파급효과가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보다 길고, 또 오래 갈 것이라는 위기감에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지역상의 회장단과 긴급간담회를 갖고 "소비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 고용을 유지하겠다"며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단, 경제계가 감지하는 위기감이 정치권에는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국회는 22일에는 경제, 23일에는 사회 문화를 주제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했으나 온통 정부의 메르스 대책에 대한 난타질만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국가가 재벌 병원 관리도 못하느냐"고 황교안 총리를 향해 호통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정부가 2년 전 메르스 대책반을 만든 점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중동 순방 때 낙타고기를 대접받은 게 사실이냐"고 따져물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찾아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찾아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복지부의 초기 대응을 질타하면서 문형표 장관에게 "사망자를 볼 면목이 있느냐"고 따졌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도 "대통령이 메르스 첫 환자가 확인된 뒤 첫 대면 보고를 받기까지 6일이나 걸렸다"면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청와대 측근부터 보건당국 수장까지 일벌백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사태가 뒤늦게 나마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메르스 정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시종일관 "통제가능하고,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밝혀왔다. 또 한국의 여행자제를 권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을 찾고, 대통령이 언제 보고를 받았는 지를 따져 물으며 메르스 공포를 부풀린 것은 국회였다. 메르스의 출발점부터 종착지가 보이는 현재까지 정치권의 태도는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경제 위기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같은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포장됐던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