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들여 미세먼지 저감 대책 수립...서울-경기 동참 없어 실효성 의문
  • ▲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달 1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미세먼지로 덮혀있다. ⓒ 사진 뉴시스
    ▲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달 1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미세먼지로 덮혀있다. ⓒ 사진 뉴시스

    인천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미세먼지(PM10) 및 초미세먼지(PM2.5) 발생 억제 수치를 구체적으로 담은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대기환경질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는, 서울과 경기도가 참여하는 ‘권역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중대사안이지만, 아직까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방자치단체는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시가 26일 발표한 ‘2020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의 핵심은, 2020년까지 미세먼지(PM10) 농도를 40㎍/㎥,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4㎍/㎥ 이하로 각각 낮추는데 있다. 인천시는 한발 더 나아가 2024년 미세먼지 농도를 36㎍/㎥, 초미세먼지 농도는 20㎍/㎥ 아래로 끌어 내리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를 이를 위해 ①발전 및 산업부문 ②수송부문 ③생활주변부문 ④미세먼지 측정·분석부문 ⑤미세먼지 경보제 운영부문 ⑥기타 부문 등 6개 영역으로 나누어 세부 시행 계획을 수립했다.

인천시가 내놓은 세부 실행 계획은 ▲현재 66곳인 오염물질 총량관리 대상 사업장을 75곳으로 확대 ▲2020년까지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2011년 대비 9,425톤 감축 ▲신규시설의 피크 기준농도 50% 강화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설치대상 16만대→18만2천대로 확대 ▲노후 건설기계 엔진교체 대상 확대 ▲등록선박 1,078대에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 ▲저감장치 미 부착 차량 2018년부터 운행제한 ▲경유버스 391대,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전면 교체 ▲전기차 943대, 수소전지차 145대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이다.

시는 발전소와 정유사 등 대형사업장 10곳과 협약을 체결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2011년 대비 8,254톤 줄이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시는 영흥화력발전소에 최적방지시설 설치 및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이어 시는 2025년까지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취약계층 가정과 어린이집,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실내공기질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각 부문별 목표 달성을 위해 2020년까지 4,486억원의 예산을 투입, 미세먼지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정부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가 부분별 세부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지만, 계획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천의 대기질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기록한 날은 인천이 41일, 서울은 27일로 큰 차이가 났다. 인천 남구는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일수가,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하는 84일을 기록했다.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초미세먼지로 눈길을 돌리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인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9㎍/㎥로, 전국 7곳의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초미세먼지는 차량의 매연,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중금속 등이 대기 중에서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다. 이 먼지는 입자 지름이 2.5㎛ 보다 작아, 기도를 통과해 허파꽈리(폐포, 肺胞)까지 침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만큼 위험성이 크다.

인천은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날라 오는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역이다. 
수도권매립지, 화력발전소, 공항과 항만, 남동공단을 비롯한 산업단지까지 대기오염 유발시설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항만물류의 핵심인 인천항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는 하루 평균 5만대가 넘는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인천만의 대책으로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단 기간에 낮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서울과 경기도의 동참이 없는 미세먼지 대책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만 물류 수송을 철도로 대체하고,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제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초)미세먼지 발생과 연평균 농도를 의미 있는 수준 이하로 낮추는 건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봄철 중국발 황사 및 미세먼지 증가가 우려된다며 24시간 대응체제를 가동한다며 ‘미세먼지 고농도 상승 대응대책’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미세먼지의 농도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도로먼지관리시스템 시범도입, 도로먼지 이동 측정차량 1대 운영, 소각장 등 오염원 배출시설 가동시간 제한 등을 제시했다. 이어 서울시는 메시먼지 농도가 올라갈 경우, 관용차량 운행 제한을 경기도와 인천시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대기질 상태를 알려주는 문자메시지 발송시간을 오전 7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기겠다고 덧붙였다.

3월 나온 서울시의 대책은 봄철 황사 및 미세먼지 증가에 대비한 계절적-일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인천시가 내놓은 종합대책과 다르다.

그 내용도 오염예보 및 측정기능 강화, 일부 오염원 가동 제한 등 단편적 방안만을 담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미세먼지 수치를 어느 정도로 낮출 것인지 그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대기오염물질 다량 베출사업장 130곳의 굴뚝 자동감지 시설을 디지털방식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활·경제 전 부분을 망라한 미세먼지 종합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인천시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서울 및 경기도는 물론 중앙정부와의 협력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발전소, 공항, 항만, 수도권매립지, 공단 등이 산재해 있어 미세먼지 관리가 쉽지 않다. 중국과 몽골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도 매우 많다. 단 기간에 미세먼지 농도를 건강에 우려가 없는 수준으로 낮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