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희망 대학도 없이 건물만 짓나…2단계 사업 또 추진
  • ▲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 사진 연합뉴스
    ▲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에서 온 4곳의 해외대학 분교가 둥지를 튼 인천글로벌캠퍼스의 미래 전망이, ‘맑음’과 ‘흐림’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안에 조성된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해외대학 공동 캠퍼스다.

    각각 미국과 유럽에 본교를 둔 해외대학들은 인천시·인천경제청 등과 협약을 맺고, 인천글로벌캠퍼스 안에 분교를 설립,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미래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인천을 아시아 진출의 거점으로 선택한 해외대학들이, 인천글로벌캠퍼스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 이들 대학은 매년 본교의 우수 교수진을 직접 이곳으로 보내 학생들을 가르친다. 본교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교 졸업생과 동등한 학력도 인정한다.

    지난 1일 이곳에서 열린 해외 3개 대학의 강의연구동 개관 기념식에 각 대학의 총장, 부총장 일행이 참석한 사실은, 해외대학들이 갖고 있는 기대의 크기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1일 송도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 3개교(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유타대학교) 개관 기념식'에서 대학관계자 및 내빈들과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인천시 제공
    ▲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1일 송도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 3개교(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유타대학교) 개관 기념식'에서 대학관계자 및 내빈들과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인천시 제공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해외대학들의 높은 관심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인천경제청은 현재 4개 대학이 입주한 인천글로벌켐퍼스 2단계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첫 삽을 떠 2022년 완공 예정인 2단계 건축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인천글로벌캠퍼스의 수용 능력은 현재보다 2배가량 더 커진다.

    인천경제청은 2단계 공사와 함께 해외 명문대 유치작업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50위권 대학 5곳을 추가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천경제청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2020년께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10곳의 해외대학 분교가 자리를 잡게 된다. 재학생 수 역시 1만명 선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인천글로벌캠퍼스 2단계 건축은 올해 말, 기회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첫 발을 뗄 예정이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의를 통과하는 등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예비타당성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인천경제청이 의뢰한 외부 연구용역 결과, B/C(비용편익분석) 값이 기준치인 1을 훨씬 넘는 1.81을 기록해, 경제성 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업이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한다면, 11만4,934㎡의 부지에, 건축연면적 9만1,008㎡에 이르는 새 강의연구동과 운동장,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는 1,868억원으로, 국비와 시비 각각 25%, 나머지 50%는 민간 기업이 부담한다.

    2단계 건축 사업의 경제성은 외부 연구용역 결과가 보여주듯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해외 대학 유치가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업의 미래 전망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해외 대학은 모두 4곳이다.

    2012년 한국뉴욕주립대(SUNY Korea)를 시작으로 한국조지메이슨대,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입주를 마쳤다. 벨기에에 본교가 있는 겐트대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의 본교는 모두 미국이다.

    내년 9월에는 세계 5대 패션스쿨로 불리는 ‘뉴욕 FIT’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다만 FIT는 독립된 대학이 아니라, 뉴욕주립대(SUNY)에 속해있는 계열 학교 중 하나이기 때문에, FIT 과정 개설을 해외 대학 추가 유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천시가 몇 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선전한 중국 칭화대나 베이징대 분교 유치는,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해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인천시는 송영길 전 시장 재임 시절부터 이들 대학의 유치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왔으나, 사실상 공수표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시는 지난해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칭화대 및 베이징대 유치를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의미 있는 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립음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컨서바토리의 인천 분교 설립은 자국법상 근거 규정이 없어 무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호텔경영학 분야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주립대(UNLV) 유치 역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해외대학 유치 작업이 대부분 난항을 겪으면서, 인천글로벌캠퍼스 2단계 건설을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도 늘고 있다.

    현재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4개 대학에 입학한 재학생의 수가, 정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주 희망 대학도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2단계 건축은, 앞으로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한국뉴욕주립대 등 4개 대학의 정원은 4,200여명이지만, 재학생 수는 1,140여명에 불과하다.

    인천글로벌캠퍼스는 각 대학별 강의연구동과 중앙도서관, 학생회관과 학생식당, 2,000석 규모의 대강당과 500석 규모의 공연장, 국제경기 규격에 맞게 설계된 수영장과 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지만, 한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학생의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4개 대학 중 재학생이 가장 많은 한국뉴욕주립대도 정원 1,207명의 40%를 겨우 채웠다. 유타대와 겐트대의 재학생 수는 각각 200명도 안 된다.

    인천경제청 측은 “해외 대학을 유치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협의를 진행 중인 대학들이 있다. 앞으로 바이오와 물류 등 인천시가 갖고 있는 특화된 장점에 맞는 대학을 유치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