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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 매력 있는 게 15초 텔레비전 광고다. 짧은 만큼 더 뛰어난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짧은 길이가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버거킹(Burger King)은 15초 텔레비전 광고를 추가비용 없이 30초로 늘리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아니 발명했다고 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
시작은 요즘 국내에서도 광고가 한창인 인공지능(AI) 스피커이다. 이는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가상의 비서역할을 해주는 ‘스마트 홈 센터’라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나 KT의 ‘기가 지니’광고에서처럼 이 기기는 주로 거실에 놓여있다. 그 중에서도 텔레비전 바로 옆. 미국에서는 ‘구글 홈(Google Home)’이 대표적인 제품인데 이게 버거킹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신선한 야채를 비롯한 각종 재료와 불에 직접 구운 패티까지. 여느 광고주들처럼 버거킹도 자신들의 와퍼(Whopper)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많다. 광고는 짧고. 그래서 구글 홈의 능력을 훔치기로 했다. 15초 광고에서는 와퍼가 얼마나 훌륭한지 다 설명할 수 없다며 말미에 매장 점원이 ‘오케이 구글, 와퍼에 뭐가 들었지?’ 질문을 한다.
그러면 각 가정에 있는 구글 홈이 깨어나 작동을 시작,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적혀있는 와퍼의 모든 재료를 읽기 시작한다. 물론 이 광고를 집행하기 직전, 버거킹은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정해 놓았다.
이렇게 버거킹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광고에 적용한 최초의 브랜드가 되었고 구글은 급기야 등록된 최대 6명의 음성만 인식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비난도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의 짜증은 물론 언론의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포브스(Forbes)’는 이것은 ‘공중 납치(Hijacking)’이라며 너무 멀리 나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 대가가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라면 이 정도 쯤이야.
양웅(동서대학교 교수/前 칸광고제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