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칸 라이언즈 인쇄출판부분 그랑프리
  • 우리 세계 패스트푸드의 지존은 맥도날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운더(Founder)’에서 본 것처럼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로 만든 매뉴얼도 그들의 것이다.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점포를 늘려간 것도 그들이다.

    그 아성에 도전하는 ‘버거킹(Burger King)’은 그래서 비교광고를 즐겨 쓴다. 시장의 골리앗을 상대로 한방을 날려야하는 도전자 버거킹은 우선 1등과의 차이점을 찾아야한다. 그것도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먹힐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버거킹은 ‘직화구이 패티(Patty)’라는 다윗의 돌을 손에 쥐게 된다.

     

    할 이야기는 뻔해도 아이디어는 매번 달라야한다. 불에 직접 구워 더욱 담백하고 풍부한 맛. 버거킹이 할 이야기는 이것뿐이다. 굳이 한단어로 줄인다면 ‘직화’. 그렇다고 매번 그릴의 불꽃 위에서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패티만 보여줄 수도 없는 일.

     

    올해 칸 라이언즈 인쇄출판 부문에서 그들은 정공법을 선택했고 그 돌은 심사위원들의 정수리에 그랑프리로 명중했다.

     

    미국 오리건주의 한 버거킹 매장이 불에 활활 타고 있다. ‘불타는 매장(Burning Stores)’으로 이름 붙여진 이 광고캠페인은 다른 두 편에서도 실재 버거킹 매장의 화재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와 이탈리아 에비아노(Aviano)이다.

  • ▲ ⓒ미국 오리곤주 2016년 7월 9일 버거킹 매장의 실제 화제 장면
    ▲ ⓒ미국 오리곤주 2016년 7월 9일 버거킹 매장의 실제 화제 장면

    사실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버거킹은 다른 햄버거체인점보다 화제가 더 많이 일어났다는 점에 착안해서 실재 매장의 화재 당시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1954년부터 직화구이(Flame-grilled since 1954)’라는 카피가 이 모든 것을 사실로 공증하듯 스탬프처럼 찍혀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이미지에 제품의 특징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카피. 한마디로 강력하다. 그리고 명료하다. 그런데 기존 광고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걱정이 따른다. 아니 그래도 브랜드고 얼굴인 매장이 불타는 모습을 보여줘도 될까? 그래서 용감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각종 브랜드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또 빠르게 퍼지는 디지털미디어시대, 브랜드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져야한다. 때론 장난스러워도 좋고 유머를 들려줘도 좋다. 스토리텔링하면 우리는 텔레비전 같은 영상매체를 먼저 떠올린다.

     

    전통적인 인쇄광고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그냥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도 말을 한다. “너희들 알지? 불에 직접 구운 버거킹”. 그런데 불에 직접 구워 만드는 것도 아닌데 호떡집에는 왜 그렇게 불이 많이 났을까? 일제강점기 화교들이 하는 호떡집들이  하도 장사가 잘되어 시기심에 불을 지르는 일이 많았다고.


    양웅(동서대학교 교수/前 칸광고제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