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한국노총, 문재인 후보와 철도 3기관 통합 전제 정책협약지지 밀약 대가설 나오며 역풍 조짐… 노무현 정부 분리안 원점회귀 논란도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스알(SR)-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의 통합 논의가 대선 결과에 따른 논공행상으로 흐르는 양상이어서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철도업계 찬반 의견이 분명함에도 새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코레일 편에 서 통합 논의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철도개혁을 이유로 분리했던 것을 문재인 정부가 되돌리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철도청 회귀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3일 알려진 바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5월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대선 승리 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서를 맺었다.

    협약서에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재임 기간 정책협약 12대 과제를 이행한다고 돼 있다. 12대 과제에는 공공기관의 자율과 공공서비스 강화 관련 조항에 '코레일과 철도공단을 통합해 양 기관의 유사·중복업무에 따른 재정 낭비를 해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철도노조와도 정책협약서를 맺었다. 협약서에는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철도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태동한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한다.

    철도 통합 논의는 이미 급물살을 탄 상태다. 국토부는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낸 보고서에서 SR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전문가로 구성한 기획단(TF)을 꾸려 코레일과 SR 분리 운영의 성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통합·분리 운영의 장단점을 분석해 철도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코레일·SR의 수평 통합 문제를 오는 9월 국정감사 전까지 결론 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통한 지 6개월 남짓 된 실적을 근거로 3개월여 만에 뚝딱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철도업계에서는 파장이 큰 철도 통합 문제를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 시절 표를 의식해 맺은 특정 단체와의 협약을 이유로 철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려 한다며 접근법이 순수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 기간 코레일 홍순만 사장이 노조와 보조를 맞춰 당시 지지율이 높았던 친노동자 성향의 문 후보에 줄을 대려 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철도정책을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 ▲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연합뉴스
    ▲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연합뉴스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을 수립해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철도산업 상·하(철도건설·철도운영) 분리를 다시 민주당 정부에서 거꾸로 되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철도구조개혁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게 좋겠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의견을 받아들여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철도노조의 반대로 노무현 정부에서 민영화 대신 철도공사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04년 기존 고속철도공단과 철도청 건설 부문을 묶어 철도공단이, 이듬해 철도청 운영·물류부문을 합쳐 코레일이 각각 출범했다.

    철도구조개혁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과거 철도청은 여러 적폐를 안고 있었다"며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가 난 곳에 예산을 먼저 투입해 메우기 급급하다 보니 기본적인 철도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