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재단출연-물산합병-지주사 전환' 모두 '의혹'으로만 남아"유례 없는 공판기간 불구, 어느 하나 명확히 입증된 것 없어"

  • '세기의 재판'이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하루 뒤면 삼성그룹의 운명을 판가름할 삼성 뇌물사건의 최종 선고공판이 진행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삼성그룹의 유·무죄를 결정짓는 '운명의 날'인 셈이다.

    최근 공판 관련 조언을 얻기 위해 한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번 선고공판의 중대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었다.

    "괜히 세기의 재판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이재용이기 때문에 삼성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재판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든 사적인 감정을 제외한 채 객관적 증거만을 기준으로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이 사건이 피고인 개개인들의 유·무죄를 넘어서 삼성그룹 전체와 얽혀있는 사안임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재판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객관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말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수많은 관련 의혹들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 역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 등이 있었다는 의혹에 따라 지난 2월 구속 후 약 190일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판만 53차례다.

    이 과정에서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리 싸움을 벌이며, 각각 유죄와 무죄를 확신했다. 공판 내내 제시된 다양한 증거자료와 증언들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에게 7~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뇌물공여와 재산국외도피 등 자신들이 적용한 혐의가 모두 입증됐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되지만, 이는 치열했던 공판과정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처사로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123일이라는 유례없는 공판기간에도 불구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 중 어느 하나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대다수 관련 기사의 헤드라인이 '맹탕재판', '결정적 증거 없다', '혐의 입증 실패' 등으로 배치된 것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 공판과정에서도 특검이 앞세운 혐의는 속 시원히 증명된 것이 없다. 뇌물공여로 내세운 승마지원과 재단 출연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합병건 및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 수많은 의혹은 글자 그대로 의혹으로만 남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엄정한 법리를 강조하는 특검이 반재벌·반기업정서 등의 여론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공판 초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보다 법이 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해달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논란 속에서 삼성그룹의 향후 경영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총수 공백이라는 위기와 함께 예상치 못한 특검의 중형 구형에 따라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상태다. 국내외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편향된 시각과 감정개입을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이 실리는 시점이다.

    무더위 속 길고도 지루했던 공판 여정은 25일 오후 2시30분, 재판부의 최종 선고와 함께 일단락된다. 결과에 따라 특검과 변호인단뿐만 아니라 여론 역시 상당히 분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기의 재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가 객관적 시각으로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