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께 결정해야 했으나 대선 등 고려2014년 연장 안 된다 통보 이후 갈팡질팡 혼란 부추겨
  • ▲ 서울역.ⓒ연합뉴스
    ▲ 서울역.ⓒ연합뉴스

    정부가 정권 교체 시기에 민자역사의 국가 귀속 결정을 늑장 처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의 갈팡질팡 대응으로 현장에서는 계약 갱신과정에서 기간 연장 위반 등 혼선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현 민자역사 입주 상인은 임시 사용허가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늑장 대처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8일 국토부는 연말께 30년 점용 기간이 만료되는 서울역·영등포역·동인천역 등 3개 민자역사의 소유권을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귀속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늑장 지적과 관련해 민자역사의 소유권 변경 등이 발생할 때는 점용 기간 만료 석 달 전에 통보하면 되므로 늑장 결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본적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원상회복이 원칙이므로 갑작스럽게 입주 업체나 상인을 내쫓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점용 기간 만료가 임박했음에도 롯데 등 점용권자와 입주 상인 간 재계약이 이뤄진 사례가 있는 등 혼선을 빚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서울 영등포롯데민자역사의 경우 입주업체 128개 중 13%인 17개 업체가 롯데와 최장 2021년까지 연장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국토부는 올해 점용 기간이 끝나는 데도 민자역사 측이 멋대로 입주 상인과 계약을 연장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4년에 이미 민자역사 운영사업자 측에 문서를 보내 계약 연장이 안 된다고 공지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토부가 현장에 오해를 살만한 신호를 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호인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민자)역사 처리는 원상회복이나 국가 귀속, 점용허가 연장 등이 가능하고 현재 세부 협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용역 결과를 봐가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정부의 연구용역이 ㈜롯데역사에 유리하게 점용허가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나온 답변이다.

    김 장관은 민자역사 처리 방안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4년 점용허가 연장이 안 된다고 공지했다는 국토부 설명과는 해석상 차이가 있다. 오히려 계약 연장이 안 된다던 국토부가 원론적이긴 하나 태도를 바꿔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초에도 민자역사 측과 임차인에게 계약 기간을 조정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현장에선) 점용허가 기간 연장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맹성규 국토부 제2차관은 늑장 대처 지적과 관련해 "정부의 의사결정이 늦어진 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 말께 (민자역사 처리 방안을) 말해줬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맹 차관은 국토부가 정권 교체기에 국가 귀속 결정을 지연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맹 차관은 "지난 6월 부임 이후 (이 문제를) 보고받았다"면서 "30년간 유지된 체계를 바꾸는 것이고 2027년 산본을 시작으로 점용 기간이 만료되는 13개 민자역사가 더 있다 보니 이전 담당자들이 (백화점이나 마트의) 고용 문제 등 고려할 게 많아 결정을 연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대선 등도 있고 하니 전임자들의 의사결정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맹 차관은 앞서 이번 국가 귀속 결정과 관련해 "(일각에서) 정권이 바뀌어 대응이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냐는데 그건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국토부가 당시 친기업 성향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앞두고 의사결정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상인들의 고민을 덜어주기보다 정치적 상황변화에 더 몰두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