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다음 달 입찰공고 후 방문 검토"… 철도업계 "현장방문 지원이 효과적"
  • ▲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건설사업 MOU.ⓒ연합뉴스
    ▲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건설사업 MOU.ⓒ연합뉴스

    사업비 17조원쯤의 초대형 철도 인프라 사업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이하 말~싱사업) 입찰 공고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주전에 뛰어든 우리 정부는 여전히 만만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애가 달아 고군분투하는데 정부 막후 지원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알려진 바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 참석차 7박8일 일정으로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외교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동행해 경제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이 알려지면서 철도 관련 업계에서는 말~싱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실종 상태나 다름없던 정부 차원의 측면 지원에 힘이 실릴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김 장관이 수행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기대는 더 커졌다.

    그러나 이번 순방이 말~싱사업 수주에 기대만큼 날개를 달아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 장관의 지원 행보가 따로국밥이어서 순방외교 효과를 십분 살리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말~싱사업 발주국인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정상과 소그룹을 이뤄 회담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찌감치 정상급 경제외교를 펼친 중국과 일본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각종 국제행사에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며 지원사격을 벌여왔다.

    반면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처지인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이렇다 할 지원활동이 없었다.

    이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은 지난달 국토부 국감에서 "중국·일본처럼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더라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 지원이 부족하다"며 "민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저금리 정책금융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도 관련 업계에서 이번 순방을 통해 정부가 뒷심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문 대통령을 줄곧 수행하지 않고 중간에 독자적인 행보에 나선다.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일정을 끝내고 베트남 다낭으로 건너갈 때 순방팀과는 따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 행선지는 말~싱사업 현장인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가 아닌 인도네시아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에 하루 더 머물면서 주택 건설사업과 관련해 개별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 관계자는 "이번 국외출장 일정을 짤 때 그러잖아도 철도정책과와 말~싱사업과 관련해 (사업현장 지원 등을) 협의했는데 나중에 입찰 공고가 나면 국내기업 참가자격 등을 따져보고 가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있다. 입찰제안요청서(RFP)가 나와도 제안서 작성에 보통 6개월이 걸리므로 시간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상대인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행보를 들어 이를 반박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뒷심을 발휘하더라도 출발선이 다르면 간격을 좁히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주무 부처 장관이 엇박자를 내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아세안에서 정상들과 소그룹 미팅을 하는 것보다 잠시라도 현장에 들러서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주는 게 더 효과적인 경제외교가 될텐데"라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싱가포르는 다음 달 14일께 RFP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5일께 RFP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1주일 늦춰진 셈이다.

    우리나라 사업수주단은 상부(궤도·시스템·차량)의 경우 말레이시아 이스칸다르 푸테리지역(조호르바루역)에서 싱가포르를 잇는 구간에 통근 셔틀 열차로 2층 고속열차를 투입하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검토했으나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3월까지 상용화 실적이 있어야 입찰이 가능한데 국토부가 2층 KTX 도입에 부정적이어서 납품실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하부(노반·건축) 사업은 지하 건설이 유력해 보이는 싱가포르 구간을 눈여겨보고 있다. 공사구간은 짧지만, 작업 여건상 공사비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터널 등의 공사에 있어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말~싱사업은 2026년까지 말레이시아 구간 300㎞와 싱가포르 구간 30㎞를 고속철로 잇는 민관협력사업이다. 사업비는 145억 달러쯤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