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농협생명 '냉랭'… 기술력 보다 가격 싸움
  •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신안산선 건설사업이 네 번째 공모에서 건설투자자(CI) 대 재무적투자자(FI) 재대결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특정업체를 봐주려고 관련 절차를 임의로 생략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잡음이 일고 있다.

    사업제안자인 포스코건설은 하필 FI 파트너 농협은행과 같은 NH농협금융 계열사인 농협생명이 경쟁자로 나서 달갑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농협생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투심 없이 RFP 변경 고시

    30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신안산선 사업참여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포스코건설과 농협생명이 각각 대표 사업참여자로 신청서를 냈다. CI 대 FI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포스코건설은 농협은행, 농협생명은 삼성물산과 각각 사업파트너가 돼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물산은 시공을 책임질 뿐 컨소시엄에 주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신안산선 사업자 공모는 이번에 네 번째다. 재공모에서 트루벤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트루벤)이 사업우선협상자로 지정됐으나 유예기간에 시설사업기본계획(RFP)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잃었다. 세 번째 공모에선 포스코건설이 단독 입찰해 재공모에 들어갔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재공모 과정에서 국토부가 중요한 절차를 생략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사업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RFP 변경을 추진하면서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트루벤이 FI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벌였으나 출자 지분이 2%에 그쳐 주도적으로 사업을 끌고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대표사업자 출자 지분을 14.5%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사업자 요건 변경은 사업참여를 고민하는 처지에선 중요한 변수"라며 "신안산선 총사업비(3조4000억원 규모)를 고려할 때 무조건 4930억원쯤을 출자해야 한다는 얘기로, 국토부가 민투심 없이 이를 결정한 것은 특정업체를 밀어주려고 다른 투자자의 참여기회를 박탈한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투심은 기재부 소속 위원회로, RFP 내용을 변경고시할 때는 민투심을 거쳐야 한다"면서 "(재공모 과정에서) 민투심을 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투심 개최는 행정부 내부의 조율·판단 사항"이라며 "(기재부는) 대표사업자의 출자지분율 상향 조정이 추가 재정 투입 등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중요치 않은 변경이라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혹자는) 출자지분 상향을 중요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출자지분이 많은 쪽이 회사(컨소시엄)의 대표자가 되는 게 상법상으로도 맞다. 금융기관은 지분이 15% 이상이면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사업참여에 제한이 없게 고려해서 지분을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애초 국토부의 RFP 참여 요건이 엉성했던 것이 논란의 발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RFP에 대표사업자 요건과 관련해 이렇다 할 제약이 없었다.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밀어주기 의혹에 다 된 밥 코 빠진 격

    투자업계 일각에서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경쟁구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상대인 농협생명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3차 공모에 홀로 참여한 포스코건설은 민투법에 따라 이번 4차 공모에도 단독으로 참여했다면 그대로 평가를 거쳐 사업대상자로 낙점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가계약법에서 2회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하듯이 민투법은 사업공모 결과 단독으로 참여한 경우 1회에 한해 재고시하고, 재공모에서도 단독으로 참여하면 참여업체를 평가해 사업우선협상자를 지정할 수 있게 한다. 평가에서 과락만 면하면 되므로 사업은 따논 당상이었던 셈이다.

    농협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건설로선 같은 NH농협금융 계열사인 농협생명이 대표사업자로 뛰어든 게 다 된 밥에 재 뿌린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농협생명에 문제를 제기하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말을 아꼈으나 불편한 심기가 엿보였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농협 계열사 이곳저곳에서 참여하는 것에 대해 국토부에서 담합이 아니면 문제 없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 나름대로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포스코건설 단독 참여보다는 복수의 컨소시엄이 참여해 경쟁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견해다.
    농협금융의 계열사가 각 컨소시엄에 FI 자격으로 참여해 제기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와 관련해선 "두 컨소시엄 간 짬짜미가 확인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 답변"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대표사업자인 농협생명이 기술력보다 낮은 사업비를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기술력보다 낮은 사업비를 제시해 승부수를 띄우면 국민 편의성보다 가격싸움으로 번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