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위증' 제외 4가지 혐의 모두 '뇌물죄' 성립 위해 정조준"'반재벌정서-정치적 목적' 개입 우려… '법-원칙' 최우선돼야


  • '세기의 재판'으로 일컬어지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공판이 5일 오후 재판부의 최종 선고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지 165일만이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번 항소심까지 약 1년간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치열한 법리다툼을 이어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 총 70차례(1심 53차례, 2심 17차례) 공판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증거를 제시하며 유죄 입증에 나섰다.

    이에 1심 결심공판에선 징역 12년을 구형한 데 이어 항소심에선 동일한 형량과 78억9430만원의 추징금도 함께 구형했다. 항소심에서는 잇따른 공소장 변경 및 플리바게닝 의혹 등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혐의가 입증됐다는 논리만큼은 여전히 굳건했다.   

    변호인단 역시 특검의 적극적 공세에도 견고한 방어논리를 구축하며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특히 주요 혐의들을 비롯해 항소심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0차 독대'와 '마필 소유권 이전' 여부 등에 대해서도 특검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기도 했다.

    길고도 첨예했던 대립은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최종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 치의 양보없는 공방이 펼쳐진 만큼 결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미 재계·법조계 내에선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재판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가 인정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선고를 코앞에 둔 시점까지도 순수한 법리판단에 영향을 미칠 불순한 요소들은 이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오로지 법리에 근거한 판결을 바란다'는 목소리는 1년간 진행돼 온 재판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주요 정·재계 인사들도 외신 기고문을 통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한지 오래다. 이 역시 '정치재판', '여론재판'으로의 변질 가능성을 지적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당연히 지켜져야하는 재판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이 사건과는 동떨어져있음을 이들의 눈과 입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삼성 뇌물사건은 1심 판결 이후 반재벌정서 등 여론과 더불어 정치적 목적까지 개입된 비운의 재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검이 제출한 수만 페이지 분량의 증거기록과 3400여개에 이르는 증거들은 변호인단의 논리적 반박에 그 효력을 상실했지만, 1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생소한 법리해석과 함께 실형을 선고했다.

    더욱이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어느새 적폐세력을 옹호하는 것으로 분류되면서 일종의 정치재판과 무관치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결심공판 직전 이뤄진 공정위의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역시 정치적 개입을 의심케 하는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선 "유죄로 형을 살고 나오는 것이 이 부회장의 향후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통과 의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의존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재판 진행에 나서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보이며, 3개월간 공판 과정에서 치우침 없는 균형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1심 재판에서 느낀 법과 원칙에 대한 갈증이 항소심 판결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재판부의 선고가 불과 몇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법리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수많은 이들의 바람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지 않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