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비닐·종이 봉투 퇴출하고 장바구니 도입국내 비닐 사용량은 매년 증가 추세… 영국 대형마트 '아이슬란드', 플라스틱 프리 선언 눈길
  • ▲ 홈플러스 장바구니. ⓒ홈플러스
    ▲ 홈플러스 장바구니. ⓒ홈플러스

국내 대형마트에 비닐 봉투와 종이 봉투는 사라졌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이 없는 매장을 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는 더 이상 비닐 봉투와 종이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2009년 업계 최초로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이 캠페인을 통해 
연간 약 1억5000만장의 비닐백 소비를 줄여 연 75억여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다. 

지난해부터는 종이 쇼핑백마저 없애고 부직포 재질의 대여용 장바구니(보증금 500원, 3000원)를 도입했다. 이마트에서 연간 판매되던 종이 쇼핑백은 약 1250만개로, 종이 쇼핑백 사용을 중단하면서 종이백 원료인 펄프 소비를 연간 약 500톤 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며 
불필요한 포장이나 광고, 마케팅, 유통비를 없애 가격을 낮췄다. 핵심 기능만 넣고 나머지 부가 기능은 모두 뺐으며 불필요한 과대 포장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했다.

노브랜드 
물티슈는 두께를 줄이고 플라스틱 덮개 등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했고 중소 협력사인 상일식품과 손잡고 만든 '참깨스틱'은 과자를 담고 있는 용기와 포장지에 쓰인 폴리프로필렌의 양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비닐 봉투와 종이 봉투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마트 대표 PB인 노브랜드 상품들은 불필요한 비닐과 플라스틱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롯데마트 장바구니. ⓒ롯데마트
    ▲ 롯데마트 장바구니. ⓒ롯데마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하나로클럽, 메가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도 환경부와 '1회용 비닐 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을 맺고 2010년 10월부터 매장에서 비닐 봉투를 없앴다. 비닐 봉투 대신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규격과 재질의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제작해 보급했고 종이 쇼핑백을 유상 판매했다. 

    지난해부터는 종이 봉투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종이 쇼핑백을 퇴출하고 장바구니를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 말 생수 한 묶음의 무게인 12kg을 감당할 수 있는 '대여용 장바구니'를 선보였다. 3000원의 판매 보증금을 지불하면 대여가 가능하고 30일 이내에 반납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롯데마트 대여용 장바구니는
     지난 3월부터 올 3월까지 약 1년 동안 41만7000여개, 월평균 3만2000여개가 대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율은 30% 가량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1년간 종이 쇼핑백 혹은 비닐 봉투를 41만7000여개 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종이 봉투를 없애고 장바구니 대여를 시작했다. 판매 보증금 3000원을 내고 사용 후 고객서비스센터로 반납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연간 약 1000만 개에 가까운 종이 쇼핑백 판매를 중단하면서 종이백 원료인 펄프 소비도 줄 것으로 기대했다. 

  • ▲ 이마트 장바구니. ⓒ이마트
    ▲ 이마트 장바구니. ⓒ이마트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매장에서 비닐 봉투와 종이 쇼핑백을 연달아 퇴출시켰지만 최근 유럽 선진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형마트 내 '플라스틱 프리'는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에 비닐 봉투와 종이 쇼핑백은 사라졌지만 매장 내 상품들에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랩 포장 등이 사실은 더욱 큰 사용량을 차지한다"며 "대형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PB브랜드 상품 포장을 간소화하고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마트 PB 노브랜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PB 브랜드들은 일부 상품에 대해 제품 포장을 간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원재료, 포장비 등 비용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마트 내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일정 부분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대형마트로서는 비용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어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유통업계와 자원순환사회연대, 한국순환자원지원유통센터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집계됐다. 2
    010년 기준 유럽연합(EU) 주요국의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을 보면 핀란드는 4개, 그리스는 250개, 스페인은 120개, 독일은 70개, 아일랜드는 20개 수준이었다. 

    국내 대형마트와 환경부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닐봉지 전체 사용량은 2003년 125억개, 2008년 147억개, 2013년 191억개, 2015년 216억개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국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2300만t이 발생하고 있으며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 중 약 80%가 플라스틱 폐기물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아이슬란드'는 2023년까지 '플라스틱이 없는'(plastic free) 매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자사 브랜드 상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랩 포장 등을 모두 없애고 종이나 펄프 쟁반, 종이가방 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 업계도 과대 포장과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문제 의식과 책임 의식을 갖고는 있다"며 "그러나 비닐과 플라스틱의 대체제를 찾는 것은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