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문제도 극복해야… 북한지역 참고자료 없어 '뜬구름' 우려
  •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사전브리핑.ⓒ뉴데일리DB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사전브리핑.ⓒ뉴데일리DB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지휘하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14개 중점 추진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사업은 전문가 사이에서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거나 참고할 만한 북한지역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제시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북방경제위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부처별 중점과제 14개를 제시했다.

    나선-훈춘·하산 경제특구 개발, 나진-하산 프로젝트 사업 등 북·중·러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초국경 경제협력을 진행하고, 유라시아 복합물류망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한-러 천연가스 협력 등이 뼈대다.

    이태호 북방경제위 지원단장은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단기사업과 문재인 정부 내에서 어느 정도 완성하거나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중기 사업, 이번 정부에서 구체적인 실현은 힘들지만, 차기 정부에서 이어서 구축할 장기사업으로 나눠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기사업으로는 이날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한-러 혁신 플랫폼 구축사업이 꼽힌다. 과거에도 러시아 원천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할 사례가 있어서다. 국내에선 2016년 중소기업 L사가 러시아 전문가를 활용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서 피부질환 레이저 치료기를 개발해 세계적인 암 치료기관인 미국 MD앤더슨암센터에 수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전문가 사이에서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견해가 적잖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러 천연가스 협력사업이 대표적이다. 관심을 끄는 파이프라인가스(PNG)는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 때문에 북방경제위도 북한 참여를 전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PNG 사업과 관련해 동해북부선 연결과 병행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맹성규 전 국토부 2차관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대북 제재가 풀리면 동해 북부선을 먼저 연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철도 개량 사업을 벌이면서 러시아 가스관을 남한으로 끌어오는 사업도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가스관을 끌어와 폭 60m의 철도용지 아래로 지나가게 하면 토지 점용료를 아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방경제위는 이날 유라시아 복합물류망 구축과 관련해 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해 동해북부선의 끊긴 강릉~제진(104.6㎞) 구간 연결을 조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일부 교통전문가는 일찌감치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해왔다. 도로나 철도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곡선부 기울기나 차량의 곡선 반경 등은 가스관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병행 건설은 말도 안 된다는 게 기술자들 견해"라며 "정책적 판단으로는 땅을 팔 때 같이 하면 경제적이고 좋겠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해안에 폭 50~60m를 확보할 수 있는 넓은 곳이 많지 않다는 것도 현실적인 제약요인이다. 또 다른 교통전문가는 동해북부선을 이용한 러시아 가스관 연결과 관련해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철도 운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정전기 등으로 폭발 위험이 있어 (외국에선) 병행 건설하지 않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북방경제위가 환동해 관광협력사업으로 제시한 북한 기항 크루즈(유람선) 상품 개발도 현재로선 당장 추진이 어려운 장기사업으로 분류된다는 분석이다.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북한 항만시설의 현황은 물론 수심이 크루즈 접근이 가능한 정도인지를 알지 못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과거 현대아산이 금강산 유람선을 띄웠던 장전항의 경우 당시 접안할 수 있었던 배 규모는 2만t급이었다. 요즘 아시아지역에 투입되는 크루즈는 최소 5만~6만t급이다. 웬만한 배는 용선해도 기항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의 경우도 경제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방경제위도 이 사업과 관련해 남-북-러 구간 경제적·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위한 한·러 전력기관 간 공동연구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지원단장은 경제성 분석과 관련해 "북방위 차원에서 경제성 분석은 아직 실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남·북·러 경협 여건이 조성돼 진전되면 경제성 분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북방경제위는 이날 제시한 14개 중점 추진과제 외 별도의 예비사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분야별 기획반(TF)을 꾸리고 각종 세미나와 자체 토론 등 의견수렴을 거쳐 안건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신중하게 과제를 선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벌써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북방경제위가 성과를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원단장은 "(14개 중점과제 중) 일부는 (나중에) 빠질 수도 있다. 해당 부처에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협력과제를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