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삼바 분식회계·증권 유령주식 배당 등에 시끌한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갑질 파문이 총수 일가 전체로 불똥 튀어현대차, 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했지만 엘리엇 등 반대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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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는 2018년 상반기에도 여러 가지 악재들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해 체면을 구겼으며, 한진그룹은 총수일가가 갑질 파문을 일으켜 전방위 수사를 받았다. 현대차그룹도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이 첫 단추에서부터 무산됐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삼성그룹과 한진그룹이 각종 구설과 사건·사고 등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우선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활동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이미지가 적잖이 실추됐다.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잇따라 청구됐지만 기각됐다. 검찰 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장 당시 회사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증선위에서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회사가 상장폐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이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고도 그룹 차원에서 뼈아픈 오점이다. 직원들의 모럴 헤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직원 3명이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씨가 남아있다.

    계열사들의 문제로 낭패를 봤던 삼성그룹과 달리 한진그룹은 총수 일가의 폭언 등 갑질 행태로 큰 위기를 맞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겸 진에어 부사장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그동안 조 전 전무의 거친 언행이 잇따라 폭로됐고, 심지어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수면 위로 부각됐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들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경찰과 검찰, 관세청 등 10개가 넘는 정부 기관들이 이른바 한진그룹 털기에 나섰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 폭행을 비롯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두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면허 취소 여부를 이번주 중에 결정하기로 해 자칫 LCC 하나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미국 국적임에도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랐던 것이 이번 사태로 재차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됐다. 엘리엇의 제동을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에서도 부정적인 권고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중단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부문을 분할해서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려던 첫 단추부터 막힌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헤지펀드의 무분별한 공격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 등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부진했던 지난해보다 판매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수소차 홍보에 힘을 쏟았고,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동맹을 맺고 향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기로 했다. 미래차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 상반기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구속 수감돼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총수의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나 M&A가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오는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 안건이 상정돼 위기를 맞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세에 그동안 굳건히 지켜왔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최대 위기 상황이다. 주총 참석을 위해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어 롯데그룹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LG그룹은 상반기에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양자인 구광모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향후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구 부회장이 독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롭게 출범한 구광모호가 어떤 새로운 비전을 갖고, LG그룹을 새롭게 이끌어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로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주인없는 기업의 서러움을 다시 겪어야 했다. 투명성 논란과 CEO 승계 카운슬의 구성원 논란도 제기됐다. 결국 포스코 차기 회장에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선임됐지만, 정치적 외풍에 온갖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상반기를 보낸 것은 틀림없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의 깃발을 높이 들며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장 무난한 상반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