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사 내용과 무관. ⓒ뉴데일리DB
    ▲ 기사 내용과 무관. ⓒ뉴데일리DB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의료 공공기관이 수집해 갖고 있는 국민의 보건의료정보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의료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구상이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위해 예산 115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무상의료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심장병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개인정보와 건강정보 유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단을 촉구하면서 사업추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추진 계획을 밝힌 복지부는 당초 올해 1월부터 오는 2020년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8일 현재까지도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이날도 복지부는 시민단체와 접점을 찾기 위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해말 시민단체와 거버넌스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이번이 4번째 회의다.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 전 가진 간담회까지 포함하면 벌써 9번째다. 하지만 접점 찾기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법적 근거 미비와 공론화 부재, 민감정보 유출과 재식별 위험성, 건강정보의 영리적 활용과 불평등 심화 우려 등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서 연계하려는 정보들은 대부분 건강에 관한 정보로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가 '민감정보'로 규정해 그 처리를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정보"라며 "특히 전국민 강제가입 단일의료보험체계와 주민등록번호제도에 의해 한국 정부는 엄청난 양과 밀도, 연계성을 지닌 국민보건의료정보를 집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서는 민감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경우를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가 있거나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란 민감정보의 처리가 필요한 사무와 민감정보의 종류를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로 제한되는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측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개인정보가 수집, 축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특히 보건의료정보의 민감성, 유출시 피해, 악용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법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데이터 활용 목적과 범위를 조정하거나 시민사회를 참여시키는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천을 받아 학계와 시민단체 등 15~18명이 참여하는 빅데이터 심의위원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심의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접수된 의견을 가능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시범사업 계획안도 계속 수정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시민단체와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시한 채 계속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은 법적 근거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로 추진되고 있다"며 "복지부가 현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거나, 시민사회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수립과 집행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거버넌스에 시민사회가 참여한다고 해 명백한 불법성이 치유될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거버넌스를 불법적인 사업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법적 근거도 정보주체의 동의도 없이 민감정보를 대량으로 연계해 민간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기 전까지 현재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법적 보호체계도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다음달 발주하고 입법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