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주식 매도 폭탄… 책임자는 1년째 공석국가채권 투자 '정당성' 시비도
  • 올 1~5월 국민연금 수익률은 0.49%에 그쳤다. 정부가 2013년 국민연금 제 3차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올해 기금 투자수익률을 7.26%로 전망한 것과는 간극이 크다. 현재 상태라면 올해 수익률은 1.16%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연기금 고갈시점과 직결된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을 잘해 수익률이 1% 오른다면 고갈 시점이 5년 늦춰진다. 반대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고갈시점은 빨라진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고갈시점이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7일 공청회를 통해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개혁 한다는 방침이다.  


    ◇ 수익률 1% 오르면 자금고갈 5년 늦춘다 

    16일 비정부기구인(NGO) 한국납세자연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제 3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3차 재정추계 당시 정부가 전망한 2013~2017년 투자수익률 평균치는 6.534%였다. 

    하지만 실제 투자수익률은 5.204%로 기대치보다 1.33% 낮았다. 

    정부가 예상한 5년 평균합계출산률은 1.28명이었는데 실제는 1.17명에 그쳐 0.11명 차이가 났다. 

    연맹 측은 "지난 5년간 출산율, 투자수익률, 경제성장률의 가정치가 실제보다 좋게 나온 적이 없다"면서 "위 수치들이 떨어지면 기금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는데 정부가 의도적으로 낙관적 가정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는 향후 70년 간 재정을 장기전망하는 것으로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추계위원회서 발표하고 있다. 

    3차 추계에 쓰인 변수들이 실제 달성치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4차 재정추계의 정확성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매월 수익률 추락…  1% 수익률 붕괴 위협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이 원래 이렇게 낮았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연금의 연평균 누적수익률은 6.02%이다. △2013년 4.19% △2014년 5.25% △2015년 4.57% △2016년 4.75% △2017년 7.26%를 각각 기록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증권 사태, 대한항공 사태로 국민연금은 항상 손해만 보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국민연금은 기금관리를 시작한 지난 20년 동안 안정된 수익율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 기준 국민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1.16%로 지난 4월 1.55%에서 추가 하락했다. 이러한 기류라면 연 수익률이 1%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수익률 추락은 금융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올 1~4월까지만 해도 기금 수익률은 0.89%였다. 금융 부문에서 성과가 추락하면서 전체 수익률은 추락했다. 

    국내 주식수익률은 4월 2.41%에서 5월 -1.18%로 3.59%p가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0.8%에서 1.66%로 소폭 상승했고, 국내 채권도 0.11%에서 0.45%로 개선됐다. 

    이밖에 해외채권은 0.32%에서 0.30%로, 대체투자는 1.88%에서 2.17%로 수익률이 기존과 동일하거나 소폭 상승했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액은 5월말 기준으로 130조1490억원으로 4월대비 4조원이상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은 올 1~5월 동안 주식투자로 원금 1조5572억원을 까먹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나쁘긴 했으나 시장수익률보다 나빴다는 것은 운용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성과지표로 제시하는 벤치마크 수익률은 같은 기간 -0.25%를 기록했다.  
  • ▲ 박능후(오른쪽 두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8년도 제 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박능후(오른쪽 두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8년도 제 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뒤늦게 주식 매도 폭탄… 책임자는 1년째 공석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은 뒤늦게 주식시장에 연일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4350억, 7508억원을 순매수 했으나 6월부터 2043억원을 내다 팔기 시작해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조정이 숨가쁘게 돌아가던 시점부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만 해도 국내 주식수익률이 25.8%에 달했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시장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6.9%나 된다. 국민연금이 5%미만 지분을 가진 상장사는 481개사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상위 10위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31조5000원어치 보유해 자산군 비중이 24.2%나 된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수익률 곤두박질 요인으로는 '책임자 부재'가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규모는 635조원으로 세계 연기금 중 3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금을 관리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물러난 뒤 1년 넘게 부재중이다.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직무대행'체제에서 과감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CIO 공모 과정에서는 청와대 인사 개입이 드러났다. 특정 인사가 CIO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인사를 선임하지 못하게 되자 책임 소재를 두고 분란이 커졌다. 지난달 다시 CIO 공모 절차가 개시돼 최근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유력후보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 전 사장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를 마감했다. 기금이사추천위는 서류와 면접 심사 이후 인사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최종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명한다. 임기는 기본 2년으로 성과에 따라 1년 연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