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여의도 통개발, 경전철 등 개발 계획 잇따라 제시김현미 장관, 공시가격 현실화, 투기지역 조정 등 추가 대책 '만지작'
  • ▲ 지난달 국토부·수도권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 지난달 국토부·수도권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엇박자'가 표면화하고 있다. 김 장관은 박원순식(式) 서울 개발 계획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부의 8·2대책 이후 서울과 지방의 투기과열 현상이 가라앉았지만, 박 시장의 연이은 개발사업 발언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과 박 시장은 여의도 마스터플랜, 그린벨트 해제, 강북 플랜 등 주요 부동산 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박원순 시장의 일방적인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에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통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정부와 협의되지 않은 부분으로, 김 장관은 박 시장의 일방적인 발언에 곧바로 제동을 걸었지만, 박 시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되려 서울시장의 권함이라며 개발 의지를 더 확고히 했다.

    옥탑방에서 박 시장이 나오면서 발표한 강북 지역발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번 강북 개발대책에는 △면목선·난곡선 포함 4개 비강남권 도시철도 재정사업 전환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강북 이전 △소규모 정비모델 적극 도입 △전통시장·소상점가 지원하는 '생활상권 프로젝트' △1조원 규모 '균형발전 특별회계' 조성 등이 포함됐다.

    반면 김현미 장관은 서울 집값 누르기 등 안정화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달 공시지가 결정 권한 등을 놓고 대립각을 드러낸 서울시와 국토부가 서울 집값 정책을 두고도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 시장의 개발계획 발표를 계기로 지난해 8·2대책 이후 안정세를 되찾던 서울 집값이 또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강남3구는 물론, 강북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전고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변두리' 취급을 받았던 동대문구와 구로구, 금천구 등에서도 급매물이 팔리며 실거래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로 구로동 '구로롯데' 전용 59.6㎡는 지난달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4억3600만원에 비해 1억원이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1억원이 더 올라 현재 6억40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김 장관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부동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의 칼을 또 다시 꺼내들 태세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등 강북 일부 지역에서 대한 투기지역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마저 시장 안팎에 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는 서울 등 과열지역은 불법행위 점검, 편법증여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해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올해 급등한 집값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강남이나 용산·여의도 등 고가 주택에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들썩이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미다.

    박 시장의 전방위적인 서울시 개발 정책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서울 부동사시장에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도 박 시장과 김 장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입지가 우수한 서울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연내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위해서도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개발보다 보호를 중시하는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또 위치나 지형 등을 감안하면 그린벨트 내 개발 가능한 땅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지만, 2016년부터 공공주택 공급면적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 지사에게 위임됐다. 국토부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반대하면 해제가 어려운 것이다.

    박 시장이 세운 강북 플랜의 핵심인 경전철 사업도 마찬가지. 서울시 재정 외에 국비가 1조원 이상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국토부가 도시철도 건설을 승인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큰 그림은 서울시가 세울 수 있지만, 각론에서 정부가 각을 세우면 수년이 소요되는 사업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간 '정책 엇박자'가 서울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국토부가 공급 확대에 부정적인데다 서울시는 연일 개발정책으로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급등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과수요로 불안정한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원 보이스(one voice)'가 중요하다"며 "일반 시장참여자는 국토부나 서울시 모두를 '정부'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협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