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말레이시아 대형마트 '한국 식품 기획전' 진행한류 열풍 덕에… 라면·우유·소주 '인기'
  •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한국식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김보라 기자ⓒ
    ▲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한국식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김보라 기자ⓒ
    [편집자주] 사드, 불황의 여파로 주춤했던 유통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력 시장인 중국, 일본에서 벗어나 최근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인구 3000만명으로 시장 규모가 제법 되는 데다 도시화율도 75%로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다. 국민소득도 인당 GDP 1만달러 수준으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이슬람(무슬림) 국가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이 같은 잠재적 요소에 블루우션으로 떠오른 말레이시아에서 활약 중인 유통업계의 노력과 성과를 짚어본다.

    [쿠알라룸푸르 = 김보라] # 지난 5일 오후 6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선 '한국식품 기획전'이 열렸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시식을 통해 맛을 평가하는가 하면 검색을 통해 제품을 찾아보는 등 한국 식품에 대한 이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식품을 꼽아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불닭볶음면'과 '바나나맛우유'를 꼽았다. 이곳에서 만난 타샤 이만(23) 씨는 "SNS와 친구들의 추천으로 불닭볶음면을 처음 접했는데 특유의 매운맛에 반했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먹어 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의 견인차라고 하면 흔히 K-팝(한국 대중가요)을 꼽는다. 그러나 K-팝만큼이나 외국인의 마음과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K-푸드(한국 식품)의 얘기다. 동남아 할랄 시장의 중심지인 말레이시아의 입맛까지 잡으면서 'K-푸드'의 세계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할랄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먹어도 되는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도축,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에 인증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자체 개발한 제품들의 할랄 인증을 획득도 적극적이다.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불닭볶음면ⓒ김보라 기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불닭볶음면ⓒ김보라 기자
    ◇韓 맛 알리는 일등공신 라면 판매 '불티'

    말레이시아 소비자가 주목한 한국 식품은 라면이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라면의 매출은 2013년 18억원에서 지난해 193억원으로 10배 성장했다. 전체 라면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2%에서 10%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13.4%까지 늘며 한국의 맛을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40억원에서 올 상반기 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운맛과 닭고기를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특성을 잘 파고든 것과 동시에 할랄 인증을 빨리 추진한 점이 인기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앞서 삼양식품은 2014 KMF 할랄 인증에 이어 지난해 9월 인도네이사 무이까지 획득했다. 지난해 초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나라별로 전략을 세분화, 철저히 현지화한 마케팅에도 힘을 실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뿐만 아니라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가 하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맛에 집중했다"면서 "이달에는 말레이시아 맞춤형 라면인 삼양 80g을 이달 출시했다. 앞으로 판매지역을  확대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다른 라면 업체들도 현지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신세계푸드도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번째 제품으로 라면을 선택했다. 올 초 현지 기업인 마미더블데커와 손잡고 신세계마미를 설립한 신세계푸드는 할랄 인증(JAKIM)을 받은 대박라면을 지난 4월부터 판매했다.

    김치맛과 양념치킨맛 2종으로 출시된 이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출시 한 달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20%다.  최근에는 매월 20만개 이상 판매, 최근 누적 판매량이 400만개를 넘어섰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알려진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응이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무슬림이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시하는 자킴 인증을 획득해 신뢰를 높였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농심도 신라면을 중심으로 할랄 라면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신라면을 출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40여 개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할랄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김보라 기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김보라 기자
    ◇한류 열풍에… 韓 브랜드 인지도 '쑥'
    한국 드라마·음악·영화 등 한류의 영향으로 말레이시아의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출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뛰어난 맛과 품질에 식품 안전성까지 갖춘 한국 식품들은 '프리미엄 제품'까지 인식되며 말레이시아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빙그레는 말레이시아에 바나나맛우유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품과는 달리 멸균팩(테트라팩)으로 유통기한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 2014년 2월 메로나 4종과 바나나맛 우유, 딸기맛 우유, 멜론맛 우유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한번 수출길이 열린 뒤엔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지난해 5만L를 수입 쿼터로 배정했으나 폭발적 인기에 공급량이 달리자 쿼터를 15만L까지 늘렸다. 수출액도 2015년 2억원에서 2016년 3억5000만원, 지난해 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매년 10%이상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역시 5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직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희망적인 부분은 할랄인증을 받은 제품이 현지에서도 어느정도 판매가 되고 있어 향후 이슬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 말레이시아에서 한류의 영향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출량이 늘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팔도는 지난 4월 국내 어린이 음료 중에는 처음으로 뽀로로 음료에 대해 할랄 인증(MUI)을 획득하고 말레이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그간 할랄 인증이 없어 시장 개척이 어려웠지만 인증을 계기로 대형마트 매출이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주류도 눈에 띈다. 무슬림이 60% 이상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알콜이 금지돼 있지만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은 허가를 받은 주류상점에서 술을 사는 것이 허용된다. 롯데주류는 말레이시아에 지난 2016년부터 처음처럼과 순하리를 수출하고 있다. 딸기, 포도 등 과일맛 소주의 인기로 현지에서 20% 성장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구매력이 있는 시장이면서도 매년 20% 정도 수출이 신장하고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성장성이 높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