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진출 10여년 맞아설화수·라네즈· 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 진출2020년 말레이시아 '전초기지' 생산공장 건설
  •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에 위치한 라네즈 매장ⓒ김보라 기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에 위치한 라네즈 매장ⓒ김보라 기자
    [편집자주] 사드, 불황의 여파로 주춤했던 유통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력 시장인 중국, 일본에서 벗어나 최근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인구 3000만명으로 시장 규모가 제법 되는 데다 도시화율도 75%로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다. 국민소득도 인당 GDP 1만달러 수준으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이슬람(무슬림) 국가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이 같은 잠재적 요소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말레이시아에서 활약 중인 유통업계의 노력과 성과를 짚어본다.

    [쿠알라룸푸르 = 김보라] # 지난 7일 오전 11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파빌리온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 문을 연지 한시간 남짓인데도 매장에는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고객들은 손등에 제품을 발라보고 점원에게 이것저것 묻는 등 꼼꼼히 비교하는 모습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에이드런 이스마일(23)은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면서 화장품까지 알게됐다"면서 "피부타입에 잘 맞고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안요셉 아모퍼시픽 말레이시아법인 주재원(차장)은 "라네즈 브랜드의 '워터슬리핑마스크', '워터뱅크라인'은 우수한 수분·보습 효과로 인기가 높다"면서 "쿠션 제품도 다양한 기능을 인정받으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김보라 기자
    ▲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김보라 기자
    ◇말레이시아 진출 10여년… 'K-뷰티' 입지 구축

    한류바람을 타고 이른바 K-뷰티가 인기를 얻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이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브랜드는 '라네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이 브랜드를 론칭했다. 가두점 위주인 국내와 달리 백화점, 쇼핑몰에 입점하며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돼 있었다.

    2013년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에 이어 2014년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 2016년 마몽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스킨케어 시장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색조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를 론칭, 말레이시아 온라인 시장까지 진출했다.

    안 차장은 "현재 말레이시아에도 K-뷰티가 정착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현지에서도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다"면서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각자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네즈는 1020대를 타겟은 발랄한 브랜드 콘셉트와 다양한 수분 기능성으로 고객들에게 소구하며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설화수는 럭셔리 화장품 군에서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과 차별화하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특히 올해 설화수 부티크 매장을 선웨이 피라미드 셀랑고르 매장 이어 미드 밸리 메가몰에 오픈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콘셉트와 합리적인 가격대로 최근 젊은 고객층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 소매업체 '디믄시 윽스끌루십'과 손잡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입점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다. K-뷰티의 탄탄한 제품력을 내세워 아모레퍼시픽의 말레이시아 법인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15년 179억원, 2016년 285억원, 지난해 384억원으로 연간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500달러(약 1000만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의 요충지 '아시아 시장'에서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핵심 국가로 급부상한 셈이다.

    안 차장은 "중장기 전략으로 헤어, 향수 등 더 많은 카테고리의 여러 브랜드 론칭을 늘려 말레이시아 고객들의 삶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K-뷰티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직원들의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매장 직원들의 고객 대응 능력, 새로운 마케팅 시도를 통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부분을 아모레퍼시픽 말레이시아 법인의 차별점으로 삼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김보라 기자
    ▲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김보라 기자
    ◇글로벌 공략 박차… 말레이시아 아세안진출 교두보로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미(美)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각오 아래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매출 역시 매년 두 자릿수씩 증가하고 있다. 2014년 8709억원이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8205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9776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조호르주(州)에 있는 누사자야 산업지역에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생산기지 설립은 프랑스(사르트르), 중국(상하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회사에 따르면 이곳에선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 및 바디용품 등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생산한다. 현지의 제품·품질·법규 등을 연구하는 R&I센터가 함께 입주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 생산기지를 거점으로 아세안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략이다. 'K뷰티'에 열광하는 수요가 많아 중국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아세안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로 피부 미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말레이시아는 육로로 태국과 싱가포르 접근이 용이하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로도 접근이 쉽다. 화장품 원료가 되는 팜오일이 말레이시아에 풍부한 것도 매력적으로 꼽힌다.

    안 차장은 "2020년 완공하게 될 아모레퍼시픽의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누사자야 생산기지는 현재 설계 완료됐다"면서 "인허가 절차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은 할랄의 중심지로 꼽히며 거대 화장품 시장인 중동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으로 불린다. 인구 3170만명 중 62%가 무슬림이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이어서 구매력도 높다.

    할랄 화장품이란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한 원료를 사용하며, 콜라겐 등 동물성 성분과 알콜 등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화장품을 말한다. 말레이시아 푸트라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할랄 화장품 시장 규모는 10조엔(약 103조원) 이상이다.

    안 차장은 할랄 시장에 대해 "할랄 시장 전망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제한되는 상황"이라 평가하며 "말레이시아에서 여러 시도를 통해 무슬림 고객에게 만족을 드리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판단하고 이는 향후 할랄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