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분위기… 한국인 방문객 발길 잇따라
  •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외관.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외관.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도쿄 = 임소현 기자] 심플한 외관. 블루보틀임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는 딱 하나. 하늘을 닮은 푸른 병 모양의 로고다.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힐즈 근처에서도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골목에 들어서면 안쪽으로는 일본 전통 가옥들이 위치해있고, 일본 특유의 감성을 담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밋밋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블루보틀 오모테산도점에는 꽤 많은 한국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몰려든다. 지난 13일 오전 찾은 이곳 역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함께 블루보틀 컵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양옆 테이블에서는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이 한국 상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에 진출하기도 전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블루보틀. 한국에서 13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미국이 고향이지만, 블루보틀을 접해본 사람들은 꽤 많다. 시차가 나지 않는 일본에 먼저 상륙한 블루보틀 덕분이다. 샌프란시스코 1호점부터 시작된 블루보틀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만 진출해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도쿄 여행을 간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들려야 하는 곳으로 이 블루보틀을 꼽는다. 이날도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친구, 연인, 때로는 혼자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최영아(26)씨는 "도쿄 여행을 와본 사람들은 다들 한번씩 와본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도쿄 물가에 비해 커피가 비싸지도 않고, 맛있고 컵이나 매장도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내부 모습.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내부 모습.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계산대에 서자 점원이 태블릿 PC를 들고 주문을 받았다. 라떼가 520엔(한화 약 5200원), 싱글 오리진 커피가 550엔(5500원) 수준이다. 물가가 낮지 않은 도쿄에서 즐기기에 과하지 않은 수준이다. 메뉴판에 '오늘의 커피'가 무엇인지 물어보라는 안내가 적혀있어 점원에게 물었더니 여러 종류의 오늘의 커피를 소개해줬다. 핸드드립 커피 '싱글 오리진 커피'를 시키자 점원이 이름을 물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허전한 마음은 진동벨이 없어서 일까. 귀를 주방 쪽으로 쫑긋 세울수 밖에 없었다.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픈 키친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블루보틀은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하고 바리스타가 직접 손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블루보틀 매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점원들이 한명한명 이름을 불러 커피를 내주는 모습이다. 곧 이어 "이무상" 이라는 이름이 불렸고, 주방으로 다가가자 점원이 이름을 확인한 후, 커피를 건네줬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카페가 진동벨을 사용한다. 벨이 울리면, 직접 가지러 가는 시스템이다. 물론,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진동벨을 사용하고 있지 않긴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진동벨에 익숙해져있고, 많은 카페에서 진동벨을 이용해 고객 편의를 제공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염보라(27)씨는 "이름을 불러서 커피를 내주는 방식이 고객과 스킨십을 한다는 면에서 좋은 것 같고, 오픈돼있는 키친 역시 마음에 든다"며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시스템을 바꾸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염씨는 "해외에서 들어온 브랜드를 경험할 때는 그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함을 체험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점원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블루보틀 오모테산도 점원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블루보틀은 지난 6월 한국 법원에 블루보틀커피코리아 유한회사 설립 등기를 내고, 국내시장 진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청동, 연희동, 강남 등 많은 곳이 첫 매장의 후보지에 올랐고 강남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이곳들이 고려된 이유가 이 블루보틀의 특유 분위기 때문이다. '느리게 마시는 커피'의 철학을 실현할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확실히 오모테산도점 역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시끌벅적 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골목 속에 위치한 블루보틀에서는 고객의 이름 한명 한명을 부르는 데서 점원들의 차분함이 빛을 발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블루보틀은 특유의 분위기와 철학으로 아직 많은 국가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마니아 층이,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에서 많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커피와 티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커피 시장이라서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성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