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오전·오후 2시간씩"… 국토부 "시간제한 없이 총 2회만"카카오 "법 테두리 내 영업·규제 풀어야"… 지자체, 비상수송대책 수립
  • ▲ 카카오 카풀서비스 추진에 택시업계 집단반발.ⓒ연합뉴스
    ▲ 카카오 카풀서비스 추진에 택시업계 집단반발.ⓒ연합뉴스
    18일 택시 대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승용차 함께 타기) 서비스에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광화문 집회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카카오 측에서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내놓지 않았다며 말을 아낀다. 다만 카풀을 업으로 삼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시간제한은 풀되 횟수를 제한하자는 의견이다. 카카오 측은 추가적인 카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1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가 열린다. 전국택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택시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이익단체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영세 업체인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리운전 업계까지 진출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카풀 서비스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가며 택시를 죽이는 게 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범과 무엇이 다르냐"고 카카오를 비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불법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고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정보통신(IT)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카카오T 카풀'에서 운전자로 참여할 사용자(크루)를 사전 모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고 카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택시업계는 18일 집회 참가 인원을 3만여명으로 신청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7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번에도 생존권 위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5만명 이상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16일 조합원에게 대책위 결정을 공지하고 집회 참석을 독려한 상태다. 법인택시조합인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도 이날 자발적으로 운행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택시는 개인 4만9242대, 법인 2만2603대로 총 7만1845대에 달한다.

    대전개인택시사업조합도 전면 운행중단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5300대로 집회에는 450명이 참가한다"며 "집회 장소를 고려해 배정받은 인원이 전부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업계에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개인택시는 손님이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경쟁만 치열해질 거라고 우려하고, 법인택시는 벌써 일부 기사가 카카오 쪽에서 기사를 모집하면 옮겨갈 태세여서 기사 모집부터 어려움이 있을 거로 보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택시 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토부는 정부 차원의 대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대전시의 경우 택시 동맹휴업에 대비해 지하철과 시내버스 운행을 늘리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택시업계가 18일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동맹휴업을 결정함에 따라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했다"며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배차 간격을 조정해 증차 운행하고 막차 시간 연장도 검토 중이다. 예비차량을 투입하고 승용차 요일제도 이날 하루 임시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 ▲ 대기중인 택시.ⓒ연합뉴스
    ▲ 대기중인 택시.ⓒ연합뉴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는 하되 일정한 출퇴근 시간대만 제한된 횟수로 하라는 견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는 출퇴근 때 카풀에 한해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허용한다.

    문제는 출퇴근 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택시업계는 오전 7~9시, 오후 6~8시를 출퇴근 시간대로 보고 카풀 영업도 이 시간대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시간대는 시내 교통혼잡이 덜해 카풀을 하는 의미가 퇴색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의견 수렴을 통해 카풀 서비스 시간제한은 풀되 오전·오후 각각 1회로 서비스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카카오 측에서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밝히지 않아 말하기 곤란하다"며 "다만 카풀 서비스를 업으로 삼아 돈벌이로 삼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법 테두리 안에서 카풀 영업을 하겠다는 태도다. 다만 현재의 규제 일변도 상황에서는 카풀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서비스를 접을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카카오T 택시 호출은 20만5000건에 달한 반면 배차를 수락한 차량은 3만7000대에 불과했다. 불볕더위나 혹한 등 기상 변화와 대형 공연 같은 이벤트가 생기면 수급 격차는 더 심각하다"며 "출퇴근, 심야시간대 승차난 완화는 물론 혁신성장에 이바지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측의 조사에 허수가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 호출은 가까운 거리부터 점점 멀리 노출되는 것으로 안다. 카카오 조사에는 애초 택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정상적인 연결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도 많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부끄럽지만, 기사 중에 자기가 원치 않는 경로의 호출을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안다"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목적지를 밝히는 현재의 카카오 호출 체계를 비공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지만, 카카오 측에선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