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대출 막히니 법인 낙찰자 급증"똑똑한 법인 투자자만 살아남는 대출규제"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9.13대책 이후 법인명의 낙찰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개인대출 규제에 법인 명의로 서울 아파트를 낙찰 받는 것이다.

    1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1일부터 16일까지 법원경매에서 진행된 서울 아파트 낙찰건수 총 39건 중 법인 명의로 받은 낙찰건수는 12건이었다. 낙찰자 3분의 1가량이 법인 명의로 구매한 셈이다. 9월 같은 기간 30건 중 3건에 불과했던 법인 낙찰자가 10월 들어 4배 늘었다.

    16일 낙찰된 서울 아파트 5건 중 2건은 법인이 가져갔다. 하나는 서부3게에서 진행된 마포구 상암동 '상암 월드컵파크 7단지' 84.7㎡로, 응찰자 5명이 몰려 감정가 7억7600만원의 110%인 8억5365만원에 낙찰돼 당일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또 다른 하나는 남부11계에서 진행된 구로구 고척동 '해피그린 아파트' 81.2㎡로, 감정가 100.67%인 2억8490만원에 낙찰됐다.

    심지어 하루에 서울 아파트 두 개를 낙찰 받는 경우도 있다. 15일 낙찰된 서울 아파트 10건 중 3건이 법인 명의로 낙찰됐는데, 이 중 2건을 동일 법인이 받았다.

    하나는 북부9계에서 진행된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아파트' 59.99㎡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 법원에서 진행된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 래미안 루나밸리' 94.9㎡다. 두 건 다 감정가를 상회해 낙찰됐다.

    이 같은 법인명의 낙찰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의 9.13대책 이전에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집값의 80%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임대사업자 대출판매가 유행이라는 비판에 따라 9.13대책에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임대사업자대출이 LTV 40%로 혜택이 대폭 축소됐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이 축소되자 일부 투자자들이 법인 명의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매매사업자로 일부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를 낙찰 받은 법인 대표 A씨는 매매사업자 법인 명의로 낙찰 받을 경우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았다.

    그는 "현행 매매사업자 법인대출은 투기과열지구 내 제1금융권에서 낙찰가의 80%까지 가능하다. 원리금 균등상환 여부는 상품마다 선택이 가능해 이자만 납부할 수도 있다"며 "또 필요경비 인정이 용이해 절세 범위가 넓고 내야할 세금을 전년도 사업소득으로 넣어 다음해 3월에 늦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사업자 법인의 단점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인세·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과 추가적 세금이 발생하고 법인 주소와 설립기간에 따라 취득세가 중과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절반 이상 감소하고 낙찰가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에 투자수요는 몰리고 있다"며 "대출규제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닌 똑똑한 법인 투자자만 살아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