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유치원 비리… 한방씩 주고받은 여야 총수없는 국감… 與 두둔 속 힘 못쓴 野
  • 출범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감사가 29일 막을 내렸다. 

    정부의 무리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이 고용세습 논란으로 점화되고 곳곳에 만연한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되는 등 의미있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보여주기식 국감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국회는 내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시정 연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 달 간 예산 국회가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 고용세습·유치원 비리… 한방씩 주고받은 여야  
     
    이번 국감 최대 성과로는 단연 고용세습과 유치원 비리가 꼽힌다. 지난해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열려 사실상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감이나 다름없었다. 야당은 대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새 정부의 첫 국감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올해 국감은 달랐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서울시 산하의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서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의 국정조사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고용세습 논란은 행안위를 뛰어 넘어 다른 상임위 내 소관기관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면서 인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여타 공공기관에 대한 의혹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여당도 '한 방'을 터뜨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로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당정은 곧장 사립유치원에 국가교육회계시스템 도입을 의결했고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사립유치원이 폐원, 모집중단할 때 아이들을 바로 인근 국공립 유치원으로 보낼 수 있게 할 것"이라 약속했다. 


    ◇ 총수없는 국감… 與 두둔 속 힘 못쓴 野

    올해 국감에서는 예년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4대그룹 총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각 그룹 계열사 CEO나 본부장 등 실무진들이 참석했다. 

    과거 국감에서는 기업 총수들을 몇시간째 나란히 앉혀두고 '3초 답변'을 시킨 뒤 돌려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올해도 기업 총수를 처음부터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야당에서는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서 문 대통령을 수행한 총수들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여당의 강력한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도입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의 효과로 무분별한 증인 신청이 잦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감 증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실명과 사유를 적어 내야한다.  

    국회 정무위 역시 실무자 위주의 증인신청을 받아 역대 국감 중 처음으로 은행장이 단 한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기업 총수나 은행장 등 최종 책임자를 불러도 답변을 회피하거나 실무진에게 보고 받은 뒤 답변하는 일이 잦았던 만큼 실제 답변할 자리에 있는 인사를 부른 것이다. 

    다만 일부 CEO들이 해외출장 등의 사유로 줄줄이 불출석 하면서 기업들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기 위해 10월 출장을 일찍이 계획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동시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현안에 최종책임자가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맹탕 국감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두고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매년 국감 때 맞춰 해외 출장을 잡고 나오지 않는다면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 470조 '쩐의 전쟁' 일자리·남북협력 예산 충돌 예고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1일 국회에서 직접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할 계획이다. 시정연설을 통해 새해 예산안 관련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국회에 예산안 및 입법 관련 협조를 요청할 전망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으로 일자리·남북협력 등을 두고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보다 전체 예산을 9.7% 증가시켰는데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올해 19조2천억원에서 22% 늘린 23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편성했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90만개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은 일자리 예산에 대해 '세금중독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일자리 예산으로 초단기 정부발(發) 아르바이트만 대량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만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국회 예산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일자리 만드는데 실패한 일자리 예산을 증액시켜 제출한 것은 정권의 오기"라면서 "세금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게 판명됐다.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북협력예산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1조1천억원 규모로 확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등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 삭감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예산심사대응 TF를 통해 야당의 공세를 막아낸 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1일 시정연설 이후, 곧장 각 부처별 예산심사에 돌입한다. 예산안은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