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소상공인 참여율 저조해 '반쪽' 제도 전락 우려
  • ▲ 서울 마포구 길가에 제로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서울 마포구 길가에 제로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한 '제로페이'가 시행된다.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소상공인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면서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제로페이에 대해 "대부분 프랜차이즈 체인이 다 들어왔다"며 "내부 시스템 정비하는 중으로 3월말이면 대부분 끝난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다. 판공비를 쓸 때도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제로페이로 가능한 상황이 되고 점점 더 확대 가능한 기반들이 마련되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일 치킨 프랜차이즈 BHC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BI 선포식 및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26개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들도 자리했다.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사의 결제 망을 거치지 않고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자영업자의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는 서비스다. 전년도 매출액이 8억원 이하의 경우 제로페이 수수료는 0%다.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의 수수료만 부과된다.

    문제는 이 제도의 실효성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로페이 정착에 힘을 보태겠다고는 하지만 당초 도입 취지였던 소상공인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반쪽짜리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의 66만개 소상공인 업체(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 제조업·광업·건설업·운수업은 상시 노동자 10인 미만) 중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2만여곳에 불과하다.

    이같은 소득공제 40% 적용은 일반 신용카드 15%의 2배가 넘고,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인 30%와 비교해도 10%포인트나 높다. 이 때문에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카드 혜택 등 다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카드사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제로페이 결제를 원하는 소비자는 카드 할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결제 수단과 비교해 복잡한 사용법이다. 제로페이의 경우 다른 QR코드 앱 결제 방식보다 더 복잡하다. 사용자가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후 결제금액을 입력해야 하고 비밀번호도 입력해야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제로페이는 올해부터 전자영수증이 발급돼 자동으로 개인소득공제 처리가 된다. 이 때문에 사업자지출증빙용으로 용도변경이 필요하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원치 않을 경우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제시돼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가맹점주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면 제도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지만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는 소비자도, 가맹점주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많은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경우, 카드회사 거래 실적이 줄어들면 대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시장, 상가 등 현금이 많이 오가는 장소의 경우에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현금으로 받던 내역까지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모두 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제로페이에 대한 거리감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로페이 관련 교육 시스템도 없는 데다 직접 가맹점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 정말 수수료 혜택을 받아야 하는 소상공인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지에 대한 확신은 쉽지 않다.

  • ▲ 제로페이(가맹점용)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 제로페이(가맹점용)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전통시장 내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성아씨(60)는 "수수료가 없다고 하면 당연히 쓸 의향이 있지만 스마트폰 같은 경우 잘 모르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사기를 치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모르니까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뿐만 아니다. 소비자 유인책으로 내세운 소득공제 40% 적용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현재 서울시는 '제로페이, 소득공제 40% 적용', '연말 소득공제를 47만원 더 받는 법' 등으로 제로페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세전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소득공제를 최대 47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세전 연봉의 25%를 제로페이로 써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5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62만5000원 이상을 제로페이로 사용해야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사용 금액이 아닌 초과분에 대해서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만을 골라 들어가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사용한다는 논리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 가맹점 여부를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매장에 막상 들어갔지만 제로페이 가맹 매장이 아닌 경우 소비자들은 구매를 포기하거나 제로페이 결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3년차 직장인 김민주씨(30)는 "소득공제가 40% 적용된다고 하니 제로페이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 그런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로페이 가맹점만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실질적으로 소득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긴 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세제한특례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을 뿐이다. 개정안이 통과돼야 올해 사용분부터 소비자가 소득공제율 40%를 적용받고, 환급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지금은 소득공제율 30%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