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제로페이가 시범 운영을 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서울시의 적극적인 홍보로 가맹점 수는 2만여 곳에서 5만4000여개 사업장까지 늘었다. 그러나 전체 소상공인 수에 비해선 8%에 불과하다.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수는 늘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 사용방법을 몰라 제로페이 QR코드를 보고도 결제를 못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KT 등 합류…접근성 UP
3월 본사업 개시를 앞두고 카카오페이가 합류했다. 서울시 입장에선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준 은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제로페이 본사업에 참여할 사업자를 추가로 발표했다.
결제사업자로 카카오페이, KT 11번가 등 대형사 3곳을 포함해 이베이 코리아, 한국전자영수증, KG이니시스, 코스콤, 한패스, 핀크, 이비카드,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티모넷, 하렉스인포텍, KIS정보통신, KSNET 등이 참여했다.
밴사업자로는 페이콕, 금융결제원, 나이스정보통신, 페이민트, 코밴, 퍼스트데이터쾨아, 한국신용카드결제, 한국스마트카드, 스마트로, KICC, 다우데이터, 제이티넷, NHN_KCP 등 16개 회사가 등록했다.
카카오페이의 합류로 가맹점 확보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와 동일한 QR코드 결제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가맹점 수는 15만개로 현재 제로페이 가맹점 수보다 약 3배 더 많다.
가맹점 수가 많다는 점은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제로페이의 경우 전체 소상공인 사업장 중 8%에 불과하다.
100곳 중 8개 사업장밖에 사용할 곳이 없으니 고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제할 때 휴대폰보다 지갑이 먼저
제로페이의 최대 적수는 카드다.
사용할 곳이 많냐, 적냐의 접근성 문제도 있지만, 고객들이 얼마나 사용하기 편하냐가 가장 걸림돌이다.
중국의 경우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결제 편의성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인프라 수준이 높고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카드 대신에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이유가 적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결제할 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18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지만, 결제하기 위해선 은행 앱을 실행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결제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건네는 게 더 빠르다.
혜택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재 제로페이의 유인책으로 소득공제 40%, 지자체시설물 이용 할인 등이 있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행, 공연, 외식 등 분야에서의 다양한 마케팅 혜택과 비교할 때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꼭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밖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인해 가맹점이 결제수단을 권유하거나 포인트 적립이나 혜택을 다르게 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제로페이의 경쟁력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잘돼도 문제…향후 운영비용 갈등요인
국회입법조사처는 제로페이와 관련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보였다.
제로페이는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 설치비용으로 39억원이 들었고, 이후 운영비용으로 매년 35억원씩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외에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가맹점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운영추제 간 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가격상한 설정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사업자의 결제서비스나 수익모델에 있어서 혁신이 없다면 향후 공공성 훼손이나 서비스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지금까진 시범사업으로 서울시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과도한 재정 투입과 행정력 낭비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로페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명확하지만 소비자의 이용을 유도할 수 있어야 그 취지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결제습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인 만큼 사업자의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혁신 및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